09/13(일) 18:23
IMF 한파로 도시근로자의 명목소득이 사상 처음 감소하였다. 「2·4분기 도시근로자가구 가계수지 동향」을 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209만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3%가 감소하였다. 1·4분기의 2.8% 감소에 이어 두 분기 연속 감소를 기록한 것이다. 물가상승을 감안할 경우 실질소득은 2·4분기중 무려 12.5%가 줄어들었다.
일반적 경기침체시에는 소득이 줄어들면 소비도 저축도 동시에 줄게 된다. 그런데 「가계수지 동향」을 보면 특이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소득 감소에도 불구하고 저축은 증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가계흑자율도 작년의 28.8%에서 33.9%로 높아졌다. 세금내고 남은 월급, 그것도 IMF 한파로 줄어들어 더 쥐꼬리만해진 월급에서 저축을 늘렸다면 소비는 그야말로 줄일데로 줄였다는 얘기가 된다. 실제로 명목소비의 감소폭은 13.2%로 사상 최고를 기록하였다. 물가까지 고려한 실질소비 감소폭은 무려 19.7%이다. 63년 통계청이 「도시근로자 가계수지동향」을 조사한 이래 이런 일은 처음이다. 심지어 이 기간 동안 소득이 증가한 고소득층에서도 실질소비를 18.3%나 줄였다. 소비 감소가 지나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이다.
소득 감소폭보다 소비감소폭이 7% 이상 큰 원인은 무엇인가? 1·4분기중에는 금리도 높았고 자산가격도 많이 하락하였다. 금리가 높으면 지금 저축해두었다 나중에 더 많은 소비를 할 수 있으니까 소비를 줄이고 저축은 늘리게 된다.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가격의 하락도 소비 감소에 일조하게 된다. 그러나 2·4분기에는 금리도 떨어지고 자산가격도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금리나 자산가격 하락이 소비 급감을 초래한 주원인이 아니라는 얘기다. 따라서 2분기 연속소비가 소득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진 가장 큰 원인은 고용불안의 확산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실업이 더이상 남의 문제가 아닌 상태에 놓이자 이에 대한 대비로 저축을 늘리고 소비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실제로 실업률은 작년 12월의 3.1%에서 올 7월에는 7.6%로 올라갔다. 통계치를 놓고 볼 때 실업률이 1% 올라갈 때마다 소비는 소득이 감소하는 폭보다 1.6% 더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의 경기침체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현상이다.
또 하나 진기한 현상은 임금동향이다. 경기가 침체되고 기업들이 만든 물건이 시장에서 제대로 팔리지 않는다면 이 상품들을 생산하는 노동자에 대한 수요도 줄게 된다. 이렇게 노동 수요가 줄게되면 임금이 하락하면서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맞추어 나가는 것이 정상적인 시장의 기능이다. 그러나 임금(전산업)은 실업 급증에도 불구하고 1·4분기중 0.1% 인상된데 이어 4, 5월에는 1.7%가 올랐다. 임금이라는 가격 변수가 이렇게 움직인다는 것은 결국 노동시장이 제기능을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는 증거이며, 경제학의 주류를 이루는 고전파로부터 신고전파에 이르는 이론들이 현재의 우리경제에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동시장이 임금이라는 가격 변수를 통해 수요·공급을 일치시킬 수 없다면, 고용은 노동수요에 의해서만 결정되고 결국 대량의 비자발적 실업의 발생이 불가피하게 된다. 대량의 비자발적 실업은 또 극심한 소비·투자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물론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우리는 임금이 하락하고 노동시장도 정상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서 지적한 몇 가지 이상 신호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으며 이에 대한 대비도 철저히 해야할 것이다. 이 신호들은 자칫하면 우리 경제가 극심한 장기불황, 심하면 공황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曺達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국내 금리>
지난 주 시장금리는 여타 금리는 안정된 가운데 회사채수익율만 큰 폭으로 상승했다. 주초에는 2조원의 국채관리기금채권 입찰결과 전액이 11.59%의 비교적 낮은 금리로 무난히 낙찰됨에 따라 회사채수익율이 보합권을 유지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1조원 회사채발행을 시작으로 대기업들의 대규모 회사채발행 계획이 알려지면서 시장분위기는 급반전하여 금리가 상승세로 전환되었다. 여기에 최근 해외채권가격이 폭락하면서 국내외 금리가 역전되는 현상이 발생함에 따라 해외채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그에 따른 외화유출 우려가 제기되면서 한국은행의 금리하락 의지가 주춤해진 것도 금리상승에 일조하였다.
향후 회사채수익율은 지금까지 신고된 9월 발행예정 회사채물량만도 4조원에 이르고 있고 추가발행이 계속 추진되고 있어 상승압력이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투신 및 은행신탁계정의 대기업 CP보유한도 축소로 CP 상환압력을 받고 있는 대기업들이 회사채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데다, 투신펀드의 동일기업 유가증권 편입비율 10% 제한 등 대기업에 대한 자금조달 제한조치가 임박하면서 대기업들이 회사채발행 계획을 앞당기고 있고, 더욱이 국내외 조달금리 역전으로 조기에 외채를 상환하기 위한 자금수요까지 겹치면서 회사채 발행물량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외금리 역전현상이 수그러들고 있고 원·달러환율 상승에 따른 부담요인도 있어 외채상환 자금수요가 주춤해질 것으로 보이고, 대기업에 대한 자금조달 제한조치도 일단 시행되고 나면 회사채발행 억제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채권시장에서 상당규모의 자금을 확보하고 난 9월을 고비로 채권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공:삼성경제연구소 경제동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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