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학살, 킬링필드의 진실

반세기를 쉬쉬하며 감추어온 한국전쟁 전후 집단학살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알려진 `거창`만의 학살이 아니었다. `제주도`만의 학살도 아니었다. 이 시기에 수십만에서 일백 만 명에 이르는 비무장 민간인이 `빨갱이`란 멍에를 쓰고 학살되었다고 한다. 부산, 대구, 경산, 대전, 공주, 나주, 함평, 여수, 전주, 김천 등 전국 곳곳에서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대량유골이 발굴되거나 문서 등 학살 흔적이 발견되고 있다. 또 당시의 외국 언론이나 최근의 AP통신(노근리)이나 영국의 BBC(Kill them All) 등은 기밀 해제된 미국 문서, 참전 군인들의 증언 등을 제시하며 한국전쟁기의 민간인학살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더 멀리 갈 것도 없이 60년 4대 국회에서는 이 문제해결을 위해 특위를 구성해 진상조사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한국전쟁을 전후로 수많은 민간인들이 억울하게 학살됐다는 사실은 이제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무고한 수십만의 민간인들이 `전쟁`이라는 상황논리만으로 자국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보호해야 할 군경과 우방군대 등에 의해 불법적으로 집단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에 몸서리가 쳐진다. 그러나 더 우리를 더 경악하게 하는 사실은 한반도에서 저질러진 이 야만적이고 원시적인 학살의 진실이 반세기 동안이나 역사의 베일에 가려 감춰져 왔다는 데 있다. 사실이 철저히 은폐, 왜곡되고 이를 들추어내는 것 자체가 반국가적인 행동이 돼왔다는 것에 있을 것이다. 학살을 알고 있거나 진실을 증언해 줄 이들은 `생존`을 위해 반세기를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피학살자들의 유족들은 이미 여든을 넘어 하나 둘씩 자취를 감추어 가고 있다. 그리고 남아 있는 유족들은 지금 국회 안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특별법의 제정`과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올해는 한국전쟁 발발 53주년이자 정전 50주년이 되는 해다. 정전 50주년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 지는 전적으로 우리가 선택해야 할 몫이다. 인권과 평화의 세기로 정전50주년을 맞이해야 한다. 그 첫걸음은 이 문제의 해결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정부는 제주4ㆍ3사건의 규명을 통해 학살 이후 55년 만에 처음으로 `학살`의 실체를 공식 인정했다. 이제 국회가 답해야 한다. 특별법의 제정을 통해 한국전쟁기 `킬링필드의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잊혀진 진실`을 `기억해야 할 역사`, `살아있는 역사`로 복원해야 한다. <전갑길(국회의원ㆍ민주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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