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무역장벽의 회귀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 4월5일자

미국과 유럽이 조만간 섬유와 의류의 자유무역 시스템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할지 모른다. 섬유 쿼터가 폐지된 지 3개월 만이다. 미국 상무부는 최근 중국 수입품으로 인해 미국 섬유시장이 붕괴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브뤼셀에서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어제 중국 수입 물량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미 상무부의 조사는 특정 품목에 대해 다시 수입 쿼터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 조치로 이어질 것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이미 이를 결정했을지도 모른다. 상무부가 지난주 금요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ㆍ4분기 중국산 섬유와 의류 수입 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2%나 늘었다. 상무부는 특히 면화 의류 제품의 경우 셔츠와 블라우스가 1,250%나 늘었다고 발표했다. 엄격히 말하면 새로운 수입제한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지난 2001년 WTO 가입 당시 오는 2008년까지는 무역 상대국의 세이프가드 조치를 인정하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자유무역의 정신을 위배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특히 세계 민주주의의 확산과 자유무역을 강조해온 미국의 행정부가 그렇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중국은 1ㆍ4분기 수출 물량이 급증한 것은 그동안 수입국 쿼터가 지나치게 낮았기 때문으로, 이러한 증가세가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 쿼터제도는 지나치게 인위적으로 중국산 제품을 막아왔고 결과적으로 미국과 유럽 의류 소매상들의 비용 부담을 증가시켰다. 마찬가지로 쿼터제가 살아날 경우 월마트 등을 이용하는 저소득층 소비자들의 의류비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라틴아메리카 국가들보다 중국산 섬유 제품의 경쟁력이 높은 것도 미국 쿼터제 부활의 배경이 되고 있다. 미국 행정부는 라틴아메리카 국가들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이 체결되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중미 국가들과의 자유무역을 위해 세계 자유무역 시스템을 왜곡해서는 안될 것이다.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중국과 떳떳하게 경쟁을 하는 것이 옳다. 무역은 전쟁이 아니다. 전쟁하듯 무역을 다뤄서는 절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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