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자금시장에 '매서운 한파'

대기업 회사채 고금리에 거래·청약미달로 유상증자 줄줄이 철회

글로벌 금융위기가 국내로 본격 전이되면서 시장의 자금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대기업의 회사채가 민간평가업체 기준보다 턱없이 높은 금리에 거래되는가 하면 자금확보를 위해 단행한 유상증자가 청약미달로 줄줄이 철회되고 있다. 3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채와 회사채 수익률은 지난 5월 초 이후부터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국채의 경우 4월 말 4.88% 수준에서 5.75%(1일 기준)까지 올랐고 투자적격 등급인 회사채 BBB-와 AA-도 4월 말 8.45%, 5.82%에서 각각 10.86%, 7.81%까지 높아졌다. 채권 수익률이 오른다는 것은 그만큼 채권 가격이 떨어졌다는 것으로 결국 채권 보유 금융기관들이 손해를 보고서라도 채권을 매각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지난달에는 이를 반영하듯 민간평가사 기준 금리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채권이 매매되는 일이 발생했다. 9월24일에는 한국금융지주 회사채(AA-) 200억원이 민간평가사 기준금리인 7.49%보다 1.31%포인트 높은 8.80%에 거래됐고 29일에는 금호산업 회사채(BBB-) 20억원이 기준금리보다 무려 9.19%포인트 높은 18%에 매매체결됐다. 이처럼 회사채 발행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은행 등 금융업체들이 유동성 확보에 집중하면서 채권인수에 선뜻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박태근 한화증권 채권팀장은 “신용경색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리먼 사태를 계기로 일부 평판이 좋지 못한 기업을 중심으로 이례적인 채권매매가 발생하고 있다”며 “글로벌 유동성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이상 단기간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금시장에 균열이 발생하면서 이 여파가 증권사나 회계법인의 IB업무 및 기업금융 부문에도 타격을 미치기 시작했다. 유상증자나 기업공개(IPO) 시장이 위축됨에 따라 주관사인 증권사가 수수료를 챙기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 블룸버그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올 들어 쓰리소프트ㆍ삼성수산 등 총 29건의 일반공모 유상증자가 철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주주배정이나 제3자 배정은 미포함된 수치다. 국내 대형 증권사 IB파트의 한 관계자는 “자금시장이 삐걱대면서 최근 들어 IB업무의 경우 딜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얼마 전에는 우회상장을 시도하던 한 업체가 자금조달에 실패하자 현물출자로 방향을 선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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