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3월 18일] 방향 옳게 잡은 김중수 신임 한은 총재

김중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가 차기 한국은행 총재로 내정됨에 따라 앞으로 통화신용 정책과 한은의 위상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기대된다. 김 내정자는 한국개발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장과 이명박 정부의 초대 경제수석을 지낸 경력에 비춰 이론과 실무에 밝고 국제감각이 뛰어난 시장주의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계나 시장에서도 전문성과 도덕성을 두루 갖췄으며 정치색을 띠지 않는 무난한 인사라는 반응을 보였다. 당면한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우리 경제를 정상궤도에 올려놓아야 하는 시점에서 한은 총재를 맡게 된 김 내정자 앞에는 많은 과제가 쌓여 있고 그만큼 책임도 막중하다. 그러나 김 내정자가 밝힌 몇 가지 구상을 보면 일단 방향을 옳게 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와의 협조를 강조한 김 내정자는 통화정책의 기본 틀과 관련해 "재정ㆍ통화ㆍ금리의 정책조합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혀 물가라는 한가지 지표에 구애되지 않고 폭넓은 시각에서 정책을 펴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아직 글로벌 경제위기의 와중에 있고 지속적으로 경제활력을 높여나가야 하는 상황에 비춰 적절한 판단으로 보인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엊그제 상당 기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재의 초저금리 기조를 언제까지나 지속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출구전략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또 한가지 주목되는 것은 "한은도 정부의 일부"라며 정부 정책과 보조를 맞추겠다고 강조한 점이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비롯해 국내외 경제여건이 크게 바뀌었고 중앙은행의 역할에도 많은 변화가 요구되는 데 반해 지나치게 한은의 독립성이 강조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다 보니 정부와 한은이 정책방향을 놓고 자주 갈등을 빚어 시장의 혼선이 가중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기본원칙은 지켜야 하지만 필요할 때는 협력과 보완관계를 살려나가야 한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경쟁력 있는 한은을 만들기 위한 글로벌화와 개혁도 중요한 과제이다. 우리처럼 시장이 완전 개방된 소규모 경제가 글로벌 충격을 헤쳐나기 위해서는 시시각각 변하는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고도의 전문성과 판단능력이 요구된다. 이런 점에서 다양한 국제활동으로 글로벌 감각이 뛰어난 김 내정자의 역할이 크게 기대된다. 아울러 오는 11월로 예정된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위한 어젠다를 개발하고 주도해나가는 리더십도 요구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