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은 물론 입지여건이 뛰어난 주요 단지의 미분양, 미계약 속출이 업계의 전략부족이 한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은 이미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됐고 동시에 금융을 대체할 탄탄한 수요층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활황기의 분양전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것.
수백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일 것으로 너도나도 예상했던 상암7단지 40평형 청약결과는 시장 변화를 보인 단적인 예였다. 하지만 11차 동시분양에서 보인 주택업계의 전략은 이전과 다르지 않았다. 금융을 대체할 수요층이 없는 가운데 인근시세에 준한 높은 분양가, 실수요층 분석 없는 평형 책정 등은 결국 500여 가구의 미달사태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침체와 홍보부족이 원인?= 아직까지 업계는 미분양의 원인을 정부의 무분별한 대책과 홍보부족으로 돌리고 있다. 최근 미분양이 발생한 한 강남권 단지의 분양대행사 관계는 “10ㆍ29조치 이후 시장 침체와 단지의 특장점에 대한 홍보부족이 원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은 분양가다. 지하철역과 바로 인접, 입지여건이 뛰어난 이 단지는 평당 분양가를 1,500만~1,700만원 선을 책정했다. 30평형의 경우 4억5,000만원 선에 달한다는 얘기다.
D분양대행사는 “단기투자수요가 사라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매가능`과 `입지여건`에만 초점을 맞춘 전략을 사용했다”며 “장기수요자를 끌기 위한 분양가 책정 등의 전략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시장만 변했다= 10월 이전 청약시장은 단기투자자 중심이었다. 금융자금 조달이 쉬웠고 단기 프리미엄이 높아 수백대 1의 청약률이 가능했다. 때문에 전매를 할 수 있는 입지여건이 뛰어난 단지는 평당 2,000만원에 육박해도 수요자를 끌 할 수 있었던 것.
하지만 시장은 이미 바뀌었다. 금융을 통한 지렛대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고 각 종 규제책으로 인해 단기투자자가 서있을 공간이 없게 됐다. 더구나 `심리`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시장에서 최근 `일반인`의 투자심리는 얼어붙었다. H분양대행업체는 “주택업체가 현재의 시장 분위기를 정확하게 읽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아직까지 `초기계약률 90%`의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대체 할 수요가 없다= 업계가 합리적인 분양가 책정을 통한 금융대체 수요를 만들지 못하는 분양전략도 문제다. 현재 32평형 기준 서울지역 아파트 분양가는 평균 2억9,000원 선. 금융을 통해 조달할 수 있는 돈을 1억5,000만원으로 잡더라도 계약금 5,800만원을 포함 1억4,000만원은 지녀야 청약할 수 있는 최소 조건을 갖추게 된다. 문제는 유주택자 혹은 5년 이내 당첨자에게 청약1순위가 제약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실수요자 중 1억4,000만원을 지닌 비율이 얼마나 되느냐의 점이다. 또 1억5,000만원에 대한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 실수요자는 그리 많지 않다. 이에 대한 분석 없이 분양에 나설 경우, 이젠 50%의 청약률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게 분양 전문가들의 인식이다. W분양대행사 사장은 “높은 분양가를 책정, 분양을 완료했던 단지의 경우 프리미엄이 떨어지면서 중도해지 가능성도 있다”며 “과거와 같은 프리미엄을 감안한 분양가 책정 전략보다는 실수요자 지키기 전략이 필요할 때다”고 지적했다.
<이철균기자 fusioncj@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