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튀니지에 대한 서구의 이중 잣대

아프리카의 대표적 독재자 중 한 명인 제인 알 아비디네 벤 알리 튀니지 대통령이 지난 15일 사우디아라비아로 몰래 탈출했다. 그동안 총과 탱크를 앞세워 튀니지 국민을 위협하기도 하고 반정부 인사를 석방하는 회유책을 내놓기도 했지만 23년간 억눌려왔던 튀니지인들의 분노를 잠재울 순 없었다. 지난해 12월 한 청년의 분신 자살을 계기로 시작된 반정부 시위의 물결은 정부의 강경 진압에도 불구하고 한 달 만에 수도 튀니스를 뒤덮었고 결국 벤 알리 대통령은 권좌를 버리고 도망갔다. 한 달 동안 피를 흘리면서 시위를 했던 튀니지 국민은 물론 프랑스 파리, 캐나다 몬트리올 등 해외 거주 튀니지인들까지 함께 기쁨의 함성을 질렀다. 23년간 계속된 독재를 군부 쿠데타도, 외부 개입도 아닌 국민의 힘으로 종식시켰기 때문이다. 그런데 튀니지 국민의 승리, 이른바 '재스민 혁명'을 바라보는 미국ㆍ유럽 등 서구의 시각은 애매모호하다. 공식적으로는 독재자 타도에 성공한 튀니지 국민에게 축하를 보내면서도 한편으로는 내심 불편해하는 기색이 느껴진다. 튀니지 국민이 독재로 인해 느꼈을 고통보다는 자신들에게 호의적이었던 정권의 몰락에 따라 자신들이 받을 불이익을 짐짓 걱정하는 분위기다. 17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 사설을 보면 서구의 이중적 시각이 확연히 드러난다. FT는 사설에서 "미국와 유럽연합(EU)이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에 따른 결과를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뒤집어 해석하면 그 만큼 미국과 EU 등 서구권에는 튀니지의 독재자 축출을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뜻이 된다. 미국이나 유럽은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중요시하는 선진국임을 자임하면서도 이해관계에 따라 아프리카ㆍ중동ㆍ남미 등의 부당한 독재를 사실상 지지하는 입장을 취해왔다. 물론 내정 간섭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의 권력 변화에 개입해선 안되겠지만 이번 사례처럼 한 국가의 국민이 스스로 일궈낸 민주적 변화에 대해서까지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건 굉장히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튀니지 국민의 독재 타도 성공 스토리는 현재 이집트ㆍ예멘ㆍ리비아ㆍ수단 등 주변 각 국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앞으로 제2, 제3의 재스민 혁명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민주주의 수호자라고 외치는 선진국들이 그 과정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 지 눈여겨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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