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안방 잠식하는 중국계 은행] 지방·씨티은행보다 덩치 커져… 과도한 쏠림·돈세탁 악용 우려

저금리에 갈곳 잃은 돈… 위안화 예금으로 몰려 2~3년새 자산 급성장

한중FTA 타결 등으로 국내자금 흡입 가속 전망

금융당국 모니터링 강화


국내 금융시장에서 중국계 은행 지점들의 성장세가 무섭다. 중국·건설·공상·교통·농업은행 등 중국 5대 은행은 국내에서 위안화 예금을 빨아들이며 자산 규모를 웬만한 지방은행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2000년대 중반 이후 매년 20~30%의 성장세를 보이던 중국계 은행 한국지점들의 자산 규모는 지난해 88%가 뛰었고 올해는 100%가 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계 은행들의 선전은 본국에서 싼 이자로 돈을 들여와 대출과 투자로 재미를 톡톡히 봤던 미국과 유럽계 은행 지점들의 성장세가 확연히 꺾이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되고 위안화 직거래 시장까지 개설되면서 앞으로 중국계 은행들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 당국은 갈 곳을 잃은 자금이 위안화 예금 등으로 지나치게 쏠리는 것과 관련, 주의 깊은 모니터링에 나서고 있다.

◇한국 시장 지배했던 선진 은행들 수익 급감에 철수 조짐까지=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2009년 외국계 은행 지점들은 국내에서 막대한 수익을 냈다.

미국과 유럽계 은행들은 쉽게 돈을 벌었다. 당시 미국의 금리하락으로 외은지점의 조달 금리가 낮아진 반면 한국은 신인도 악화와 유동성 고갈로 인해 고금리로 외화를 차입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시장이 자본유출 쇼크에 출렁이면서 환율·파생상품 수익이 급증했고 외은지점들은 2009년에만 2조4,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하지만 호시절이 끝나면서 외은지점들의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영업기반이 축소되고 자산규모도 줄었다. 지난해에는 당기순이익이 9,000억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시장의 변동성이 작아진데다 국내에도 저금리 기조가 자리잡으며 선진국과 금리 차이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외은지점들이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던 외환·파생상품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일부 외은지점들은 철수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중국계 은행 최근 2~3년 내 급성장…국내 최대 규모로=반면 중국계 은행들은 최근 2~3년 사이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2012년 14조3,800억원 수준이었던 중국계 은행 한국지점 자산은 2013년 약 27조원으로 늘더니 올해 말에는 55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씨티은행의 총자산과 맞먹는 규모다. 웬만한 지방은행이나 중소은행들보다 중국계 은행의 국내 시장 영향력이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계 은행들의 비약적인 성장은 국내 저금리 장기화와 이에 따른 위안화 예금의 폭발적 증가를 등에 업은 결과다.

중국계 은행들은 우리나라에서 중국보다 싼 금리에 자금을 조달해 중국 현지에서 높은 금리를 받고 대출을 해준다. 이 같은 방식을 이용하면 깐깐한 중국 정부의 예대율(75%) 규제를 피할 수 있다. 한 외은지점의 관계자는 "한국에서 3% 초반대로 예금을 받아 중국에서 5~6%대 금리로 대출을 해주면 앉아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라며 "국내 증권사들이 저마다 위안화 예금을 기반으로 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발행에 나선 것도 위안화 예금 시장 확대와 중국 은행들의 자산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자금 지나치게 쏠려… 금융 당국 모니터링 강화=중국계 은행 한국지점들의 성장은 현재까지는 한국과 중국이 모두 윈윈하는 구조다. 한국 투자자들은 안전한 투자처를 찾고, 중국 은행들은 자금을 싸게 조달한다. 중국계 은행들의 경우 신용도를 중국 정부가 보장하고 있어 급격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적다.

하지만 중국계 은행들의 규모가 국내에 진출한 외국 은행들 가운데 유독 심하게 커지고 있는 만큼 보다 꼼꼼한 감독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위안화 예금 상환 등에 어려움이 생길 경우 국내 감독 당국이 이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고 외교적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

금융 당국은 10월 위안화 예금에 대해 위험요인이 없는지 다각적인 평가 작업을 벌였으나 큰 문제는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증권 업계에 위안화 예금 ABCP 판촉 자제를 요청하는 등 급격한 자금 쏠림은 경계하고 나섰다. 외은지점 고위 관계자는 "중국 은행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은행들이기는 하지만 자금 세탁 등의 통로로 활용될 우려도 있는 만큼 국내 지점들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