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EU 회원국에서 생산, 수출한 모든 상품에 대해 ‘메이드 인 EU(made in EU)’로 표기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탈리아에서 생산한 루이비통이나 샤넬 등의 제품을 ‘메이드 인 이탈리아(made in Italy)’가 아닌 ‘메이드 인 EU’로 하자는 것이다. EU는 제품을 ‘메이드 인 EU’로 수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를 국가별로 세분화해 원산지를 표시하고 있다.
물론 EU가 이 같은 요구를 한ㆍEU 협상장에서 처음 한 것은 아니다. 그동안 EU는 업계의 요구를 수용해 한국에서 표기되고 있는 생산지 표시를 EU로 통일시켜줄 것을 줄기차게 주장해왔었다. 하지만 우리 측은 ‘소비자 보호’ 필요성을 이유로 거부해왔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EU는 27개 회원국이 있고, 또 국가마다 경제구조는 물론 경제력 수준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품질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이탈리아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마저 이탈리아산으로 포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EU가 27개 국가에 대한 경제통합을 상당 부분 이뤘지만 국가별 경제력에서 큰 차이가 있고 생산기반 시설 등에서도 차이가 있는 만큼 모든 제품을 ‘메이드 인 EU’로 하는 데는 부담이 따른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EU 27개국 회원국의 1인당 평균 GDP는 4만4,720달러(2006년 기준)이지만 국가별 격차는 룩셈부르크가 8만9,997달러로 가장 높은 반면 불가리아는 4,108달러로 20배 이상의 차이가 있다.
협상단의 또 다른 관계자는 “비약일 수 있지만 인건비 등을 감안, 우리가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마저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era)’로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결국 EU의 정확한 생산기반 시설 등을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소비자 보호 등을 위해 27개 국가의 모든 제품을 ‘메이드 인 EU’로 하기에는 부담이 따른다는 지적이다.
EU는 이외에 한국어로 표현돼야만 수입이 되는 ‘소비자 주의 사항’ 등에 대해서도 2개 국어의 표현을 허용하도록 요구했다. 한국어로 표시하지만 덧붙여 자신들의 고유언어로 써 있는 것도 수입을 금지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우리 측은 이 같은 EU의 요구에 대해 “정확한 상황을 좀더 검토한 뒤 답변하겠다”고 밝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