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헤어스프레이' 화장품사와 제휴<br>'컨페션'은 청각장애인 위한 특별 공연
| 뮤지컬 '헤어스프레이'를 공연하는 서울 충무아트홀 2층 로비에 출연 배우 사진을 입힌 등신대와 함께 로레알헤어스프레이 모형이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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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직장인 민모(35ㆍ남)씨는 뮤지컬 ‘레딕스ㆍ십계’를 보기 위해 공연장으로 향했다. 현장에 도착하니 김모(31ㆍ여)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 보는 사이인 둘은 나란히 앉아 공연을 관람했다. 결혼정보회사 웨디안과 뮤지컬 제작사 이룸이엔티가 공동 진행한 이 날 뮤지컬 관람 데이트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14명. 이들은 현재 모두 교제 중이다.
다음날인 13일 서울 충무아트홀 로비에서는 사람들의 손짓이 요란했다. 수다 대신 수화가 자리잡은 현장의 관객들은 모두 청각장애인과 가족(혹은 자원봉사자)들. 이들은 청력을 잃어가는 작곡가를 다룬 뮤지컬 ‘컨페션’을 단체 관람했다. 충무아트홀과 스포츠토토에서 기획한 이 날 행사가 끝난 뒤 225명 관객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최근 공연업체들이 공연 성격에 맞는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 관객 끌어모이기에 나서고 있다. 또, 시의성 있는 봉사활동을 연계해 관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맞춤형 프로모션으로 관객 확대= 뮤지컬 관람 데이트를 진행한 이룸이엔티 관계자는 “결혼정보업체와의 제휴는 특히 30대 남성들을 공연장으로 불러들이는데 효과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개막한 뮤지컬 ‘헤어스프레이’의 경우 화장품 회사 로레알과 손을 잡았다. 헤어스프레이로 잔뜩 부풀린 머리를 한 주인공의 헤어스타일에서 유래한 제목이 실제 헤어스프레이를 판매하는 로레알의 홍보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 제작사인 신시뮤지컬컴퍼니는 로레알로부터 현금과 현물 협찬을 받고 1회분 관람권을 제공했다. 26일 개막하는 뮤지컬 ‘라디오스타’는 라디오 청취자들을 대상으로 홍보에 나서고, 노인의 사랑을 다룬 뮤지컬 ‘러브’는 실버용품 업체, 보험사와 전략적 제휴를 모색중이다.
조용신 뮤지컬 칼럼니스트는 이와 관련 “관광객과 중장년층이 대부분인 미국 브로드웨이와 달리 우리나라 관객은 아직 젊고 안정적 수급이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공연 특성에 맞는 프로모션으로 타깃층이 분명해지고 잠재된 관객을 이끌어내는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기부활동 연계해 관객만족도 높여= 뮤지컬 ‘그리스’는 지난달부터 태안 생태계 보존 활동 지원 관련 컵라면, 고무장갑, 장화, 비옷 등을 3개(벌) 이상 가져오는 관객들에게 30%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제작사인 오디뮤지컬컴퍼니는 수집한 물품을 현지 봉사단체에 기증할 예정이다. 제작사에 따르면 현재까지 태안 돕기 물자를 가져온 관객들은 900명 가량 되며 공연이 끝난 뒤 객석의 만족도는 특히 높았다고 말했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情)을 중시하는 한국인 특성에 맞춘 흥미로운 현상”이라며 “봉사활동과 연계되는 만큼 관객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이미지가 개선되는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원 교수는 “다만 티켓 가격과 연계돼 할인 위주로만 진행된다면 정가 정책이 무너지는 등 부정적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