낳지도 않은 딸이 호적에 친딸로 등재된 사실을 안 40대 노처녀가 법적 소송을 통해 10년만에 이를 정정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16일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미혼인 유모(여ㆍ46)씨는 지난 해 결혼준비 과정에서 발급 받은 자신의 가족관계증명서에 생면부지의 전모(13)양이 친딸로 등재된 사실을 알고 대경실색했다. 출산이나 입양을 한 적이 없던 유씨는 사실확인에 나섰고, 놀라운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게 됐다.
사건은 지난 96년 내연 관계였던 이모(여ㆍ54)씨와 전모(53)씨가 전양을 출산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씨는 전 남편과 이혼절차를 밟고 있었기 때문에 전양을 남편 호적에 올리지 못했다. 대신 평소 알고 지내던 법무사 사무장을 지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전양을 생부인 전씨의 호적에 올리되 일면식도 없는 유씨의 명의를 도용해 딸의 출생신고를 마쳤다. 이씨는 나중에 딸의 가족관계를 정리할 생각이었지만, 가정형편이 나빠지면서 지금까지 미뤄져 온 것으로 알려졌다.
졸지에 생모신분이 된 유씨는 서울가정법원에 전양을 상대로 한 친생자관계존부확인 소송을 냈고, 재판부는 지난 4월 이씨를 통해 확인한 사실 관계 등을 근거로 “전양은 유씨의 딸이 아니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유씨는 또 서울남부지법에 전씨 가족을 상대로 3,00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지난달 초 승소했다.
유씨가 자신이 누군가의 생모로 생면부지의 남자의 호적에 올라 있었던 사실을 10년간 모르고 지낸 것은 과거 호적제도의 허점 때문이다. 호적제도 하에서는 미혼 여성이 아이를 낳으면 아이의 아버지 호적에 등재하기 때문에 여성의 호적등본으론 아이가 있는 지를 확인할 수가 없었다.
가정법원 관계자는 “어머니의 호적에 자녀를 올릴 수 없었던 구 호적제도에서 가능한 사건”이라며 “현재 가족관계제도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