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의 대부(代父)인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이 동료인 노회찬 의원과 함께 지프형 승용차인 싼타페를 구입해 몰고 다녀 노동계에서 화제다. 통상 ‘지프차’로 불리는 싼타페는 구입단가가 승용차에 비해 비싸지만 휘발유보다 값이 싼 경유와 LPG를 연료로 하는 차가 주종이어서 시민들 사이에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차량이다.
단 의원의 비중과 기사까지 딸린 고급차로 상징되는 국회의원을 생각할 때 그의 싼타페는 서민적인 풍모와 노동자의 상징이다. 그런데 17대 국회의원 299명이 활동할 17개 상임위에 대한 의원배정이 모두 끝난 직후인 7일 단 의원이 환경부와 노동부를 맡는 환경노동위원회에 최종 배치됐다는 사실을 확인한 순간부터 환경부는 단 의원의 싼타페에 정색하고 있다. 단 의원의 싼타페는 디젤이다. 한 환경부 관료는 “단 의원의 싼타페는 노동운동의 상징일 수 있지만 환경운동에서는 거부의 대상”이라는 말로 그 이유를 설명했다. 경유가 휘발유보다 공해유발물질이 많이 함유돼 있다는 사실 때문에 그간 환경부와 시민단체는 경유차 확산에 강한 반발감을 표시해왔다.
단 의원의 싼타페 소동이 주는 소회(所懷)는 일반인과 국회의원의 자세와 품성에 관한 것이다. ‘노동운동가’ 단병호는 노동운동만 생각하면 됐지만 ‘국회의원’ 단병호는 환경은 물론 고민의 폭이 더 커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다른 의원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다른 하나는 총선 직후 노동문제에 깊은 관심을 표시했던 의원들의 행동이 ‘말의 성찬’에 불과했다는 사실이다. 환노위에는 여성위원회(16명)보다 작은 15명이 배치됐다. 이들 가운데 김근태 의원은 보건복지부 장관, 이인제 의원은 구속 상태로 활동을 기대하기 힘들고 이경재 환노위원장은 ‘안방여자론’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당사자다.
대부분 중진들의 명단도 ‘이권’과 ‘청탁’이 많다는 재무경제위원회나 행정자치위원회ㆍ산업자원위원회ㆍ건설교통위원회 등에서 목격하면서 17대 국회의 첫 출발에 자꾸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정말 기우(杞憂)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