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은 살아 있다.' 불혹의 나이를 전후한 왕년의 스타 선수들이 불굴의 투혼으로 `신화의 땅'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때 세계를 주름잡았으나 이제는 무대 뒤로 퇴장했을 법한 노장들이 2004아테네올림픽에 출전, 세월의 무게를 잊은 눈부신 활약으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명제를 입증하고 있는 것.
전성기 시절 못지 않은 기량으로 `노장의 힘'을 과시하고 있는 대표적인 선수는`녹색 테이블의 여우' 얀 오베 발트너(39.스웨덴).
89년과 97년 세계선수권과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우승했던 발트너는 탁구선수로는 환갑에 해당하는 많은 나이와 몸무게가 부쩍 불어 다소 둔해 보이는 몸집에도 `현존하는 최고의 선수'라는 이전의 찬사에 걸맞게 이번 대회에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외르손 페르손과 짝을 맞춘 복식 16강에서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중국의공링후이-왕하오조의 발목을 잡았던 발트너는 단식에서도 강자들의 `킬러'로 부활했다.
올해 초까지 세계 1인자로 군림하던 최강의 공격수 마린(중국.세계 2위)을 16강에서 꺾은데 이어 8강전에서도 한때 세계 지존의 자리에 올랐던 티모 볼(독일)마저4-1로 완파하고 준결승에 오른 것.
예리한 서브와 파워있는 드라이브, 구석구석을 찌르는 날카로운 스매싱, 안정적인 리시브 등 어느 것 하나 흠 잡을 데 없어 전성기 때의 모습을 보는 듯한 착각을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세월의 잊은 질주를 펼치고 있는 `비운의 흑진주' 멀린 오티(44.슬로베니아)와올림픽 10m 2연패에 빛나는 베테랑 게일 디버스(37.미국)의 노장 투혼도 발트너에결코 뒤지지 않는다.
자메이카 태생으로 생애 7번째 올림픽에 나온 오티와 금지약물 복용으로 출전권을 박탈당한 세계선수권 디펜딩챔피언 토리 에드워즈(미국) 대신 스타트라인에 선디버스는 여자 100m 예선 2회전에서 11위와 16위의 성적으로 나란히 준결승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동메달의 여왕'이라는 불명예스런 꼬리표를 달고 다닌 오티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 자신이 세운 여자육상 최고령기록(40세143일)까지 갈아치울 태세다.
이와 함께 미국의 비치 존슨(49)에 이어 2번째 고령자인 42세의 야마모토 히로시(일본)는 남자 양궁 개인전 8강전에서 금메달 후보였던 한국의 임동현(충북체고)을 꺾고 은메달을 목에 거는 노익장을 과시했다.
또 남자 10m 공기권총에 나선 44세의 왕이푸(중국)도 금메달을 따며 2차례 은메달에 그쳤던 올림픽 징크스를 털어냈고 70∼80년대 세계 여자테니스를 풍미했던 `철녀' 나브라틸로바(미국)도 47세의 나이로 올림픽에 데뷔, 8강에서 탈락했지만 식을 줄 모르는 도전 정신을 보여줬다.
(아테네=연합뉴스) 특별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