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심리학자 중에 ‘마슬로’라는 전문가가 있다. 인간의 욕구를 5단계로 나누어 제시한 이론으로 유명하다. 1단계는 생리적 욕구(의식주에 관한 욕구)이며 2~3단계는 안정ㆍ소속욕구, 4단계는 존경욕구, 5단계는 자아실현욕구로 하위욕구가 만족되면 차상위 욕구를 추구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마슬로의 이 같은 이론은 오해도 많이 받는다. 인간은 경제적인 욕구라고 할 수 있는 1~3단계가 해결돼야만 5단계의 욕구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즉 부유한 사람들만이 4~5단계 욕구를 추구한다는 것으로 잘못 이해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마슬로는 인간이라면 1~3단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그치지 말고 자신에게 존엄성을 부여하는 4~5단계의 욕구를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 같은 이론을 제시했다고 생각된다.
국내 성공회대학교에서는 노숙자들의 사회 재적응을 지원하는데 단순히 식사나 잠자리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학이나 철학 강의를 병행한다고 한다. 이 경우가 단순히 숙식을 지원하는 것보다 노숙자들의 자립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결국 자기 존재감을 상실한 사람에게는 존재감의 회복이 최우선적으로 중요하다는 의미다. 마슬로의 1~3단계 욕구와 함께 4~5단계 욕구를 함께 추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도 된다.
이와 관련해 재미있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영국 워익대학의 앤드류 오스왈드 교수는 지난 90년부터 10년 동안 9,000가구를 대상으로 ‘돈을 벌었을 때 느끼는 행복감’에 대해 조사를 했다. 이에 대해 사람들은 100만파운드(약 18억원)가 있으면 행복할 것이라고 답했으며 유산을 상속받으면 더 높은 행복감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또 조사 결과 돈 이외의 요인, 즉 안정된 결혼생활과 질병 여부 등도 행복에 영향을 미치며 이혼은 6만파운드 정도 손해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과연 똑같이 100만파운드를 가진 두 사람 중 한 명은 이혼을 했고 다른 한 사람은 이혼하지 않았다면 두 사람의 행복감은 94만파운드와 100만파운드의 차이로 모두 설명 가능한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최근 공무원 임용에 수많은 젊은이들이 몰리고 있고 사회 전반적으로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져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지금 한국 사회는 지나치게 1~3단계의 욕구만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기본적인 욕구뿐만 아니라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상위단계의 욕구 추구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