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진급 비리의혹에 대한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의 21일 첫 재판은 시작부터 군 검찰측과 변호인측 간의 팽팽한 '신경전' 속에 진행됐다.
구속기소된 C중령과 J중령은 재판 시작 10여분 전에 전투복 차림으로 법정내 피고인 출입문을 통해 헌병들에 이끌려 출석했으며 불구속기소된 L준장과 J대령도 승용차를 이용, 법정에 각각 도착했다.
L준장 등 4명의 피고인은 긴장된 표정으로 피고인석에 나란히 앉아 3명으로 구성된 재판부가 입장할 때까지 작은 목소리로 얘기를 연이어 주고 받았다.
개정과 함께 재판부는 먼저 4명의 피고인들에게 "재판 과정에서 권리보호를 위해 진술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또 묵비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고 피고인들의 권리를 고지했다.
군 검찰은 먼저 "육군의 장성진급 비리는 헌법과 법치주의를 벗어난 범죄행위다. 장성진급 인사가 더 이상 사법의 성역 대상이 되서는 안된다"는 기소 이유를 밝히며 포문을 열었다.
군 검찰은 또 남재준 육군참모총장과 근무인연이 있거나 사조직으로 추정되는인맥이 장성진급 과정에 동원됐다며 남 총장이 적극 연루됐다는 주장을 펼쳤다.
군 검찰의 기소이유 설명이 끝난 후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기본적인 인적사항을 묻는 인정신문과 함께 공소장을 읽었는지 여부 등을 질문했다.
이어 변호인측이 "공소유지에 충분한 증거가 부족하므로 공소를 취소해야한다"며 재판부에 공소취소 요청서을 제출하는 한편 이날 재판을 종료하고 다음 기일을잡자고 요청했다.
변호인측의 이같은 요구에 군 검찰 공판 검찰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공소취소는 검찰의 고유권한인데 변호인측에서 어떻게 공소취소를 요구할 수 있으냐"며강력히 반발하다 재판부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변호인측의 재판기일 변경 요구로 10시부터 약 30분동안 진행되던 공판은 약 20분간 휴정에 들어갔다. 그러나 숙의 끝에 공판을 속개한 재판부는 재판기일 변경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변호인측 요청을 기각하고 공판을 계속 진행하려 했다.
이에 변호인측은 피고인들도 동의한 재판기일 변경요청을 재판부가 기각하는 일은 한 번도 본적이 없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변호인측은 이어 군 검찰이 공소장에도 없는 '사조직' 얘기를 꺼냈다며 이는 매우 중요하고 심각한 사안으로 피고인들의 방어권을 위해 본격 심리에 앞서 공판기일을 다음으로 변경해줄 것을 다시 한번 요청했다.
재판부는 결국 이같은 변호인측의 요청을 이유있다며 받아들이고 오는 1월28일로 2차 공판일자를 잡았다.
그러나 군 검찰측은 "수사결과를 발표하자 육군측 인사들이 헬기까지 동원해 상경, 기자회견을 하더니만 이제는 공소취소까지 운운하고 있다"며 반발했지만 소용이없었다.
한편 이날 재판에는 시민단체 관계자 등을 비롯, 열린우리당 안영근 의원과 한나라당 박세환 의원이 법정 방청석 맨 앞좌석에 앉아 재판을 지켜 봤으며 좌석 배정을 받지 못한 수 십명도 법정 앞에 몰려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박세환 의원은 "군 검찰권이 지휘권을 위협하고 있다. 군 검찰 제도는 전체 군의 존립근거를 최대한 배려하라는 것이 헌법 정신"이라며 군 검찰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변호인측은 또 공판이 끝난 후 국방부 청사내 브리핑실을 찾아 기자들에게 공소취소 요청 취지를 설명하는 등 장외 '여론 환기작업'을 벌였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