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를 아끼는 분량만큼을 전력 거래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그동안 우리나라 전력 거래시장에는 원자력이나 화력 등 발전 자원만 입찰이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수요관리 자원과 발전 자원이 경쟁하는 구도가 구축되는 것이다. 이는 전력 감축분도 공급능력으로 인정해주는 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볼 수 있다.
21일 전력당국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요관리사업자의 전력 거래시장 진입을 허용하는 방안을 핵심으로 하는 '에너지 수요관리 패러다임 전환 종합대책'을 마련해 이달 말 발표할 계획이다.
수요관리사업자란 전력 공급상황에 따라 전력 사용량을 조정할 수 있는 고객(중소 빌딩ㆍ상가 등)들을 발굴해 감축 가능한 용량을 전력거래소와 계약한 후 전력난이 발생할 때 고객의 전력 수요를 원격적으로 제어해 감축하는 사업자를 일컫는다.
국내에는 KTㆍ삼천리ㆍ서브원 등 총 13개 사업자가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은 전력망을 관리하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 전력난이 발생할 때 이들 수요관리사업자들에 전력 감축을 요청하고 감축한 만큼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수요관리사업자를 통해 비상시 전력을 감축하는 규모는 약 10만kW 안팎으로 추산된다.
앞으로는 이들 수요관리사업자가 하루 전에 열리는 전력 거래시장에 직접 참여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현행 전력 거래절차는 전력 수요 예측(1일 전)→공급가능용량 입찰→시장가격 결정 등으로 돼 있는데 공급가능용량 입찰과정에 수요관리사업자가 직접 참여해 자신들이 감축 가능한 물량을 제시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수요관리사업자를 한국수력원자력처럼 하나의 발전회사로 인정해주겠다는 의미다.
전력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전력 거래시장에서 발전회사는 발전 가능한 용량을 제시하고 수요관리사업자는 감축 가능한 용량을 제시해 서로 가격경쟁을 하는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전력 100을 쓰는 수요관리사업자가 80만 쓴다고 밝힐 경우 나머지 20이 발전 자원의 대우를 받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