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닥종이로 빚은 ‘한낮의 꿈’ 연작

한지작가 함섭(61)의 초대전이 6일부터 15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박영덕화랑에서 열린다. 출품작은 `한낮의 꿈` 연작이다. 일장춘몽에 불과한 삶을 화면으로 노래하려 한다. 한때 `개꿈`이라는 제목도 생각했으나 본래 의도와 거리가 먼 선입견 때문에 지금의 이름으로 바꿨다. 전시품은 100호 이상의 대작이다. 작가는 종이와 안료, 풀 등 재료를 손수 만든다. 당연히 작업과정이 길고 고단하다. 종이의 경우 닥나무 껍질을 볏짚의 재와 함께 솥에 넣고 삶는다. 보통의 한지는 양잿물로 삶는데, 이럴 경우 산도가 너무 높아 양질의 종이를 얻어내기 힘들다. 산도 35% 이하의 닥종이가 탄생하는 비결은 볏짚재에 있는 셈이다. 이렇게 태어난 닥종이를 황백, 치자 등으로 만든 천연안료에 담그면 알록달록한 오방색의 종이가 된다. 작품은 틀의 맨 아래에 삼겹지를 깔고 그 위에 닥껍질을 가로와 세로로 교차시킨 뒤 오방색의 종이가 휙휙 던져지며 완성된다. 색색의 닥종이를 구상에 따라 내던진 다음 솔로 두들겨대는 것이다. 작품에서 힘(氣)이 뿜어져 나오는 것은 종이를 던져 만드는 데서 비롯한다. 전통 방식의 닥종이는 수명이 1천년을 헤아릴 정도로 매우 질기다. 이 종이들을 차례차례 포개놓은 작품은 천하장사가 찢으려 해도 찢어지지 않을 만큼 강하다. 그의 독특한 작업세계는 외국에서 높이 평가받는다. 199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트페어와 99년 시카고 아트페어에서 출품작이 모두 판매되는 성과를 거둔 것. 이후 홍콩과 네덜란드에서 전시돼 한국의 푸근한 정서를 선사했다. (02)544-8481~2. <김희원기자 heew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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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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