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남의 입장도 배려하는 정신

지난달 10일자 17면에 '사고뭉치 택배 믿고 맡기겠나'라는 제하의 기사를 보도한 후 여러 독자들로부터 e메일을 받았습니다.

자신을 조그마한 물류회사에 근무하는 직원이라고 소개한 한 독자는 "어느 한쪽의 말만 대변하는 게 기자냐"면서 준엄한 질책을 보내왔습니다.

당시 기사는 택배 분실 파손 사고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는 주제를 부각시키는 과정에서 사고 피해자와 대기업 택배회사 관계자의 말을 주로 인용했습니다.


특히 택배 사고 원인의 대부분이 "영세 업체 물류 터미널에서 발생한다"는 대형 택배사의 비판이 이 독자의 눈에는 편파적으로 비쳤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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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독자는 회사 규모가 작다고 해서 절대 '프로페셔널'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며 "어려운 작업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할 일을 하고 있는 자신과 같은 사람의 업무 의욕을 떨어뜨린다"고 항변했습니다.

또 다른 독자는 업체들을 거론하면서 "대형 택배 회사들이 어떻게 택배 업무를 처리하는지 제대로 취재를 해보라"며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 후려치기로 힘겹게 살아가는 영세 업체의 택배 기사들은 하루가 버겁다"고 호소했습니다.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저는 영세한 택배업체의 물류터미널에서 업무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지 못했습니다. 대형 택배업체의 본사 관계자들의 말을 듣고 그것이 진실의 전부인 양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제게 e메일을 보낸 독자들의 하소연이 전혀 과장만은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상을 보는 시선은 각도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어떤 각도에서 보면 강자인 것 같은 사람이 약자가 되기도 하고 약자로 보이는 사람이 다른 각도에서는 강자로 변신하기도 합니다. 약자의 울분과 수모와 피해의식을 강자가 되는 순간 모두 잊고 지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세상을 대변하는 것은 목소리 큰 사람들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내 목소리만 높일 것이 아니라 남의 입장에서 역지사지해볼 수 있는 배려의 정신이 필요한 때입니다. 기자인 저는 물론이고 정부도 기업도 소비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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