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대우가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를 맞바꾸는 원칙에 합의해놓고도 계속 불협화음을 내는 속사정은 뭘까.양 그룹은 최대 쟁점인 SM5의 계속 생산 여부를 제외하고는 빅딜(대규모 사업교환) 실행방안에 대부분 합의한 상태다.
이들은 사업교환을 위한 평가기관 선정 및평가방법에 대해서는 큰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사에 대한 실사는 당초 일정대로 오는 23일부터 착수될 전망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양 그룹이 정부의 중재에 아랑곳하지 않고 SM5 생산계속 여부를 놓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신경전을 벌이는데는 각종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라는게 재계의 분석이다.
우선 양 그룹이 채권금융기관으로부터 최대한의 지원을 받기 위한 노림수를 쓰고 있다는 관측이 재계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재계 인사들은 李憲宰 금융감독위원장이 20일 오전 KBS 정책진단 프로그램에서 "(삼성자동차-대우전자 빅딜은) 기본적으로 시장원리에 따라 진행될 것이나 필요시 채권금융기관의 금융지원이 일부있을 수 있다"며 금융지원 가능성을 열어둔 점을 주목했다.
여기에다 삼성의 경우는 SM5 생산이 중단됐을 경우 발생할 각종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 재계의 관측이다. 5대그룹의 한 임원은 "자동차 사업의 명예로운퇴출을 희망해온 삼성 입장에서는 SM5의 단종이 불명예스럽고 자존심 상하는 일일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삼성자동차 협력업체나 협력업체의 해외제휴업체들이보상을 요구하거나 클레임, 소송 등을 제기할 경우 삼성의 이미지 손실과 금전적 손해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우는 레간자와 동급인 SM5를 생산해봤자 아무런 득이 없으며 자칫 대우자동차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키지나 않을까 걱정하면서 문제의 싹을 미연에 잘라버리겠다는의사를 가진 것으로 재계는 풀이하고 있다.
대우 관계자는 "SM5의 경우 한대 생산할때마다 8백만원의 손실이 생긴다"고 주장하고 "삼성측이 이같은 손실을 보상해줄 것도 아니면서 SM5 생산계속에 합의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대우는 아울러 삼성자동차가 일본 닛산에 연간 4백억원대의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는점도 SM5 생산 계속의 걸림돌로 보고 있다.
한 재계 인사는 "양 그룹이 최대한 실리를 얻어내기 위해 계속 버티기 전략을쓰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에 빅딜이 결렬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하고 "따라서 최근의 난항은 `찻잔속의 태풍'에 그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