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신사업, 결국 M&A로 방향 잡을듯

매물 많은데다 비교적 손쉽게 영역확장 가능<br>10년후 수익사업 확보 기업 100곳중 1곳뿐<br>신사업 발굴서 리스크 관리까지 '노하우' 절실


지난 2일 이건희 삼성 회장의 신년사는 비장했다. “반도체ㆍ무선통신을 이을 신사업의 씨앗을 뿌려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신수종 사업을 찾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이 회장의 이 같은 요구에 삼성 계열사 전 임원들은 바짝 긴장했다. 올해 재계의 화두는 ‘새로운 먹거리’. 모든 기업이 10년, 20년 뒤에도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과 시장을 만드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당장 3년 뒤를 겨냥한 신규사업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 46.5%에 불과하고 그렇게 강조한 10년 이후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을 확보한 기업은 단 1%에 불과했다. 100개 중 99개 기업은 10년 뒤 뭘 먹고 살지 아직도 모르는 상황이다. 기업들의 신사업이 부진한 이유는 뭘까. 삼성 계열사 한 임원은 “자금조달 등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신사업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기업 내부에서 어떤 사업에 진출할지, 신사업에 대한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지 충분한 사전 준비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올해 기업들의 신사업이 결국은 기업 인수합병(M&A) 쪽으로 물꼬를 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건설ㆍ대우조선해양ㆍ하이닉스 등 굵직한 매물들이 시장에 나와 있는데다 신사업에 대한 노하우 없이 쉽게 영역확장을 할 수 있는 방법이 M&A이기 때문이다. ◇올해 신사업 화두는 M&A=올해 주요 대기업들의 신사업 추진전략은 M&A. 경영목표를 발표하는 기업마다 신사업 진출을 위한 M&A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올해 대주주와 채권단의 지분매각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지난해 론스타의 매각계약 파기선언으로 일단 매각이 보류된 외환은행과 비디오콘과의 매각협상이 무산된 대우일렉 등을 비롯해 14개 기업. 또 경영권 분쟁이 최근 진행되거나 가능성이 언급되는 기업도 현대엘리베이터 등 13개에 달하고 있다. 당초 예상보다 매각일정이 늦춰질 수 있지만 M&A 시장의 대우조선해양ㆍ현대건설 등도 기업들이 군침을 삼키는 매물이다. M&A를 통한 신사업 진출 기업들도 예년보다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M&A 시장의 단골손님인 GS가 풍부한 현금유동성을 바탕으로 기회를 엿보고 있고 출총제를 졸업한 한화도 M&A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상황이다. 또 금융권에서는 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은행간 M&A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신세계 등 유통업체들도 덩치를 키워 해외시장 진출 등을 위해 M&A 시장에 도전장을 내놓은 상태다. 올해 철강업계 최대의 화두 역시 M&A이다. 몸집을 키워 글로벌 업체와 경쟁해야 하는 포스코와 틈새시장 공략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다른 업체들의 독자생존 전략이 철강업계의 지도를 바꿔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증시의 자금흐름도 M&A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2년 동안 양적으로 성장한 사모펀드(PEF)들은 M&A를 추진 중인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 M&A 시장에 뛰어들 계획이다. ◇신사업 진출 노하우를 쌓아라=기업 미래 수익원 확보를 위한 신사업 진출을 위해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신사업 진출에 대한 노하우를 쌓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금조달ㆍ규제 등이 신사업의 애로사항이긴 하지만 신사업 아이템에 따라 이러한 문제들은 그렇게 큰 장애요인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신사업 추진 리스크에 대한 관리도 중요한 변수이다. IMF(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들의 경영결정의 가장 우선 고려요소는 리스크 매니지먼트가 됐다. 대한상의의 조사에서도 사업성이 있지만 리스크가 수반되는 경우의 신사업 추진여부를 묻는 질문에 ‘리스크가 크더라도 추진한다’는 응답은 18.5%에 그친 반면 ‘리스크가 작아야 추진한다’는 응답(62.2%)과 ‘리스크가 있으면 포기한다’는 응답(19.3%) 등 모험투자를 기피하는 성향(81.5%)이 높았다. 또 신사업 진출에 대한 노하우 부족은 동일업종이나 유사업종 등 그동안 경험이 있는 사업으로 한정해 확장을 하려는 경향을 가지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사업확장은 결국 독과점 문제 및 과당경쟁의 한계에 부딪히게 마련이다. ◇규제해소 및 지원 강화해야=기업 신사업에 대한 규제해소 및 지원 정책도 동반돼야 한다. 최근 불허된 하이닉스반도체의 이천 공장 증설은 단순한 생산량 증가의 문제가 아니라 하이닉스의 미래 수익원 창출을 가로막은 사례다. 환경문제로 증설이 허용되지 않은 이천 공장의 구리공정은 반도체 공정의 추세인 12인치 웨이퍼 라인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것이었고 12인치 웨이퍼를 기반으로 70나노ㆍ50나노 등 미세공정을 추진할 수 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규제도 규제지만 신사업 추진으로 인해 발생하는 국내의 환경, 개발 저항이 더 큰 문제”라며 “결국 기업들은 해외에서 신사업을 추진할 수밖에 없고 국내 성장동력이 해외로 유출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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