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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구조] 워크아웃 중소기업들 사정 어떻기에
입력2009.06.18 18:51:07
수정
2009.06.18 18:51:07
'부실' 낙인불구 지원은 '반쪽짜리'… 되레 부도 몰리기도<br>"부도방지" "대출금 회수" 이해 맞서면 해법 없어<br>기업-채권단 서로 양보… 정부 정책 지원도 절실
| 올해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중소기업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관련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감이 없어 휴업에 들어간 수도권의 한 공장에 빈 장갑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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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매출 30억원의 작은 섬유업체를 운영하는 이모 사장은 지난해 가을 금융위기 여파로 매출이 절반으로 뚝 떨어지자 10월 말께 채권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은행의 워크아웃 개시 결정을 기다리며 한숨 돌리는가 싶더니 뜻하지 않게 금융권에서 최악의 유동성 위기가 터져나왔다. 워크아웃 신청 기업이라는 ‘주홍글씨’가 붙자 주거래은행마저 10%가 넘는 고금리와 무리한 담보를 요구하는 바람에 납품대금과 체납월급 등 2억원의 운영자금을 융통할 길이 막혀버린 것이다.
이 사장은 “회사 규모가 워낙 작다 보니 담보도 부족한 상황에서 사채까지 끌어 쓰며 근근이 버텼지만 거의 부도 직전까지 내몰렸다”며 “다행히 연초에 지원기관에서 ‘일시적 경영자금’을 지원 받아 숨통을 틔웠지만 그 때만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말했다.
워크아웃제도란 경영진과 채권단의 긴밀한 협조관계를 통해 부실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지만 이해관계가 상충할 경우 마땅한 해법을 찾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특히 경영진이 회사를 지키는 데만 급급해 하며 제도 자체를 악용하거나 덤핑행위로 시장 교란행위를 일삼는 등 모럴해저드를 보이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때문에 양측이 한발씩 양보하면서 지속적으로 타협점을 찾아나가는 노력과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만 기업체질 강화라는 도입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업-채권은행의 ‘동상이몽’=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ㆍ4분기 중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정상경영 궤도로 돌아간 중소기업은 228개에 달한다. 부도만은 막아보겠다는 기업과 어떻게든 대출금을 회수하겠다는 금융기관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워크아웃은 모두에 ‘윈윈’이 되는 제도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채권자와 채무자 간 이해관계는 상충되기 마련이다. 때문에 일방적으로 궁지에 몰리다가 아예 법정관리를 선택하거나 은행의 압력으로 돈 되는 알짜자산을 모두 매각하고 ‘속 빈 강정’ 처지에 놓인 중소기업도 적지 않다. 한 건설회사 관계자는 “대주단이 자금회수를 위해 알짜 사업장을 매각하려고 한다”며 “사업장을 매각하면 당장 재무구조는 좋아지겠지만 앞으로 기업의 현금흐름이 크게 악화될 우려가 크다”고 하소연했다.
채권금융기관들의 의견대립도 워크아웃 실패의 주요인이다. 최근 워크아웃이 무산된 진세조선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관계자는 “채무조정안을 둘러싸고 금융기관 간 이견을 조정하는 사이 기업이 부도 나는 경우가 있다”며 “원활한 워크아웃을 위해서는 구속력을 갖고 조정능력을 갖춘 컨트롤타워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반쪽짜리 우산의 한계=기업들 입장에서 ‘부실기업’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감수해야 하는 워크아웃이 ‘반쪽짜리’ 보호에 그친다는 점도 불안요인이다. 워크아웃에 돌입해도 채무상환이 유예되는 것은 금융기관에 대한 채무뿐이고 상거래 채권자는 오히려 부실을 이유로 강도 높은 상환독촉을 해오기 일쑤다. 게다가 ‘워크아웃=부도 수순’이라는 인식 때문에 일단 워크아웃 신청 사실이 알려지면 신규 수주가 막히는 등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차질이 생기는 점도 큰 부담요인이다.
권영종 채권금융기관조정위원회 사무국장은 “구조조정에서 워크아웃 대상으로 선정되면 채권단의 워크아웃 방안이 마련되기까지 최장 4개월간 상거래 채권상환 부담을 개별 기업이 감당해야 하는데 사실상 자금줄이 막히는 상황에서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은 이 기간에 부도가 날 수 있다”며 “중소기업에 워크아웃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채권자의 압박으로부터 숨 쉴 구멍을 만들어주는 것이 워크아웃인데 법원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와 달리 상거래 채권자로부터 보호가 안 된다는 한계가 있다”며 “경영권이 보장된다는 이점은 있지만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의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윈윈의 해법 찾아야=워크아웃이 일부 문제점을 안고 있기는 하지만 현 상황에서 워크아웃을 대체할 만한 대안을 찾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정남기 동아대 교수는 “워크아웃은 기반이 취약한 기업을 연명시키는 수준의 조치이므로 자칫 채무만 누적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이를 대신할 시스템은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워크아웃의 긍정적인 성과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권영종 사무국장은 “워크아웃의 기업 회생률이 50% 안팎인 것과 달리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회생률은 10% 미만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번에 정부가 추진하는 중기 워크아웃은 중소기업 건전화를 위해 필수적인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기업들의 ‘빚잔치’를 일시적으로 연기하는 워크아웃이 대거 확대될 경우 자칫 추후에 ‘눈덩이 부실’이 돼 되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송치승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가 좋아지면 문제가 없겠지만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내년 이후 추가적인 채무 연장은 어려울 수 있다”며 “구조적 문제가 있는 한계기업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을 경우 올해 덮어뒀던 부실이 내년 이후 속속 수면 위로 부각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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