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25는 다카오 신지의 명석한 대국관을 여실히 보여주는 과감한 수였다. 이 수순 역시 하변에 조성되어 있는 흑의 외세와 연관되어 있다. 원래 장쉬의 주문은 흑더러 참고도1의 흑1 이하 3으로 우변을 수습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백4 이하 8로 시원스럽게 누르고 백10으로 단단히 지킬 작정이다. 이 진행은 새로 생긴 백의 외세가 하변에 미리 조성된 흑의 외세를 효과적으로 상쇄하는 양상이므로 흑의 불만이다. 흑25는 실전보의 45까지를 미리 예측한 박력만점의 도발이었다. 다카오 신지가 추구한 일련의 작전은 현지 검토실의 검토진뿐만 아니라 한국기원의 검토진에게도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그 작전의 핵심은 사석작전이다. 흑29로 뻗으면 백30은 절대수가 되고 흑31로 젖히면 백32의 절단 역시 절대수가 된다. 이때 33으로 몰고 계속해서 35 이하로 몰아버린다는 것이 사석작전의 내용이다. 그 속셈을 잘 알면서도 백은 달리 반발할 도리가 없다. 백32로 끊지 않고 참고도2의 백1로 참으면 흑은 2로 모양을 갖출 터인데 이 코스는 흑이 원하는 바일 것이다. 결국 흑45까지의 절충이 이루어졌다. 백은 우상귀에 적지 않은 실리를 장만했고 흑은 상변의 주도권을 얻었다. 득실은 비슷하지만 어쩐지 흑의 의도대로 된 느낌이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