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토요 산책/4월 12일] 유통업계에 부는 우먼파워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의 아내인 여신 헤라는 질투의 화신으로 묘사되고 있다. 그러나 필자의 시각에서 헤라는 현대적 관점으로 재평가해볼 만한 인물이다. 헤라는 본디 여성ㆍ아내ㆍ결혼을 주관하는 여신이다. 질투의 화신이라는 이미지는 가부장제 시대의 인간이 만들어낸 산물로 원래 헤라는 남성 중심 사회에서 자신의 입지를 지키려 한 당찬 여인의 이미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의 입지가 강화되는 등 여성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요즘 유통업계에서는 수년 전부터 말로만 듣던 ‘여성 상위 시대’가 왔음을 점점 실감할 수 있다. 소비와 판매 등 모든 방면에서 여성들의 입지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 가정의 아내ㆍ엄마로서의 역할만 하던 여성들이 사회에서도 진취적이고 도전적으로 인생의 2막을 시작하고 있다. 이들을 가리키는 21세기판 헤라(Hera)족이라는 용어도 생겨났다. 대부분의 유통업계가 꼽는 최고의 고객은 단연 30대 여성, 즉 헤라족들이다. 한 가정의 소비생활의 가장 핵심적인 키를 쥐고 있는 이들이 유통업계의 귀한 몸으로 대접받고 있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오늘날 현대판 헤라들이 펼치는 소비활동은 그야말로 왕성하다. 전업주부가 많았던 과거 30대 여성과는 달리 이들은 사회생활로 경제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남편이 번 돈으로 가계를 꾸려온 과거 주부들에 비해 이들은 남편으로부터 독립된 경제력을 갖추고 보다 적극적인 소비활동을 하고 있다. 실질적인 경제력과 능력을 갖춘 여성들이 한 가정의 소비와 재테크를 주도하는 중심축으로 변모한 것이다. 점점 증가하고 있는 30대 미혼 여성들은 가족이라는 부담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자신에게 투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혼 여성들의 마음가짐도 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들은 결코 자신의 어머니처럼 ‘아무개의 아내ㆍ어머니’로만 살아가기를 원치 않는다. 이들은 자신을 가꿀 수 있는 제품, 자신의 기호와 편의에 합당한 제품을 찾아 소비한다. 또한 여성은 소비시장에서 확성기 같은 존재다.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각과 합리적인 소비마인드로 무장한 이들은 더 싸고 더 좋은 제품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마우스를 클릭하거나 발품을 판다. 더구나 기혼 여성은 남편ㆍ자녀ㆍ부모에 이르는 전 가족구성원의 소비활동에 가장 큰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다. 30대 기혼 남성들에게 가정에서 사용하는 대다수의 가전제품이나 생활용품을 구입할 때 누구의 의견이 가장 크게 반영됐는지 물어보면 대부분이 아내라고 답할 것이다. 여성들이 소비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최근 유통업계 내에서도 여성파워가 점점 커지고 있다. 백화점 및 할인점의 매장관리직에서 종사하는 여성들의 비율이 갈수록 증가해 50%를 넘어서고 있고 유통업체를 경영하는 성공한 여성 최고경영자(CEO)들이 언론에 소개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실제로 필자가 경영하고 있는 생활용품기업 다이소의 전국 직영매장을 책임지는 점장 비율을 보면 여성이 92%를 차지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여성 종사자 비율의 증가 현상은 앞서 언급한 여성 소비자들의 입지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고객을 알아야 고객을 잡는 법이다. 최고의 소비자인 여성들의 유통업계 진출이 증가하고 활약이 두드러지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결과다. 유통업계 전반에 불고 있는 우먼파워 열풍과 그 선봉에 서 있는 현대판 헤라족들의 활약. 필자는 소비와 판매 양면에서 점차 증가하는 유통업계의 여성 입지 변화가 앞으로도 더욱더 강하게 이어질 것이라 전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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