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설이 전한 지방선거 민심

온종훈 정치부장 jhohn@sed.co.kr


나흘 동안의 지난 설 연휴는 6·4 지방선거를 불과 4개월여 앞두고 있어 정치권에서는 선거의 향방을 가늠할 중요한 분수령으로 꼽았다. 이 때문에 여야는 지역구에 의원들을 내려보내 바닥의 민심을 탐지하고 정당의 방향과 지향점을 알리기 위해 애썼다. 그리고 그들이 전한 민심의 핵심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들은 또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기류를 전했다.

설을 기점으로 정치권은 6·4 지방선거 체제로 본격 전환한다. 지방선거가 120일 남은 4일부터 광역시도 단체장과 교육감 선거에 출마할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면서 선거에 나설 면면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정치일정을 감안해 새누리당과 민주당,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추진위원회는 연휴기간 동안 그야말로 '민심의 바다'를 누볐다. 매년 그래왔듯 민심은 이번에도 목전의 선거와 관계없이 경제, 먹고사는 문제로 축약되는 민생 문제 해결을 정치권에 주문했다.


정치라는 추상적인 틀보다 당장의 어려움인 현실의 고단함을 벗어나게 하고 고통을 덜어 달라는 것이다. 그것이 야권이 얘기하는 '새정치'가 됐든 여당이 추구하는 '안정'을 통한 순조로운 국정운영이든 간에 결과물을 보여달라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문제 해결 능력은 없으며 오히려 문제를 꼬이게 하는 기성 정치가 아닌 새로운 행태의 정치에 목말라하고 있다는 것이 여야 모두가 공통적으로 전하는 설 민심이었다.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 핵심

그럼에도 여야 모두 설 민심을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해석하고 지방선거에 유리하게 이용하려 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기초선거에서 정당공천을 없애자는 대통령 선거 공약사항을 애써 무시하면서도 이번 6·4 지방선거를 '지방정권의 심판'이라는 식으로 프레임을 잡아가고 있다. 지방선거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 정권 심판으로 구도를 확장하려는 야권의 의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미리 선을 긋고 나선 것이다. 여기다 선거 후 불어닥칠 선거 책임론을 미리부터 의식한 듯 대표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아예 선거 한참 후인 8월 말로 잡아놓는 등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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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또한 안철수 신당의 위협으로부터 호남 등 전통의 텃밭 지키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김한길 대표가 민심투어라고 이름 붙인 설 연휴기간의 행보도 결국 호남과 충청의 집토끼 지키기에 불과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아 보인다. 김 대표는 민심투어를 끝내고 나서 한 발언의 상당 부분도 새정추를 의식하고 민심이 아직 민주당 편에 있으며 이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확인하는 수준이었다.

안철수 의원의 새정추 역시 새정치라는 화려한 외형에 맞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결국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양당 구도에 떨어져 나오는 사람들을 겨냥하겠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민주당과의 연대(단일화)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예민하게 따라가 봐야 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기성 정치와는 전혀 다른 새정치를 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방향성은 애매모호하고 상당히 기회주의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번 지방선거는 2012년 총선 이후 2년 만에 치러지는 전국단위 선거이자 박근혜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띠고 있다. 특히 새정추가 17개 광역시도 단체장 선거에 모두 후보를 내겠다고 공언하면서 이번 선거는 지난 1998년 제2기 지방선거 이후 16년 만에 '3자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정치구도 아닌 능력 먼저 보여야

정치적 구도에 상관없이 국민들의 마음은 어수선하고 불안하다. 경제활동 인구의 전부라 해도 좋을 정도로 국민 대부분의 개인정보가 유출됐으며 서울까지 위협하며 전국으로 확산되는 조류 인플루엔자(AI)문제 등 어느 것 하나 마음 놓을 곳이 없다. 눈을 밖으로 돌려도 일본의 역사왜곡 문제와 이로 촉발된 동북아 역내의 중일 갈등의 고조는 마치 구한말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다. 아르헨티나에서 촉발된 신흥국 위기가 글로벌 경제 위기로까지 비화하는 양상이다. 여기에 장성택 숙청 이후 더욱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을 보이는 북한 정권의 움직임까지 곳곳이 지레 밭이다.

결국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의 승패는 이 같은 안밖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능력을 정치가 보여주는가에 달려 있다. 그리고 구도가 어떠하든 간에 여야 모두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이제 겨우 출발선상에 서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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