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세계의 사설/7월 3일] 중국의 지나친 조치

파이낸셜타임스 7월 2일자

중국 정부가 유해사이트의 접근을 차단하는 ‘그린 댐 유스 에스코트’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새로 판매되는 모든 개인용컴퓨터(PC)에 의무적으로 장착하도록 한 조치를 일단 유보한 것은 사실상 반대여론에 굴복한 것이다. 정부는 인터넷 통제 범위를 크게 확장하려는 시도에 맞선 국내외의 반발을 과소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표면상으로는 포르노사이트 등의 접근을 막겠다는 이유로 PC 제조업체들에 ‘그린 댐’의 탑재를 지난 7월1일까지 완료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이는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명됐으며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논란거리가 됐다. 정부의 그린 댐 의무탑재 조치는 이처럼 다양한 종류의 문제를 안고 있다. 먼저 그린 댐은 조잡한 수준의 저질 프로그램으로 보인다. 그린 댐은 포르노그래피를 걸러내면서 만화 캐릭터 ‘가필드’와 같은 전혀 유해하지 않은 콘텐츠도 차단해버린다. 또 소비자와 PC 제조회사는 그린 댐이 컴퓨터 해커들의 공격을 더 쉽게 만든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중국 정부는 자국의 PC 제조회사 및 인터넷 업체들이 정부의 인터넷 통제 의도를 외국 기업보다는 더 잘 따를 것으로 믿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보호주의의 태동으로 이어져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정당한 이의제기를 불러왔다. 중국뿐 아니라 어느 나라도 자국의 사회ㆍ문화적 관습을 해친다고 여겨지는 콘텐츠에 대한 일정한 조치를 단행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그린 댐을 설치하는 진정한 목적이 어린이 및 청소년을 포르노그래피 등 유해 사이트로부터 보호하는 데 있다면 성능이 검증됐으며 이미 시중에 나와 있는 다른 차단 프로그램들도 얼마든지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천안문 사태 20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핫메일과 트위터를 비롯, 많은 웹사이트의 접근을 차단했다. 일부 시민운동가들은 파룬궁 관련 사이트 접근이 그린 댐에 의해 제한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펼치려는 일련의 조치들은 이미 존재하는 거대한 인터넷 방화벽도 모자라 방대한 통제의 담을 또 쌓겠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사회ㆍ정치적 통제를 위해 차단 프로그램의 설치를 의무화한 것은 지나친 조치였다. 이는 네티즌들이 직접 콘텐츠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되는 ‘웹 2.0 혁명’을 후퇴시키는 것으로 온라인상의 자유를 심대히 억압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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