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오합지졸 벤처 자회사

오합지졸 병사들을 거느리고 전쟁터에서 이기기를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제대로 훈련된 병사를 뽑고 뛰어난 전술로 방어와 공격체제를 구축한다면 승산은 그만큼 높아진다. 이는 병법(兵法)뿐 아니라 기업생존 전략에도 그대로 맞아떨어진다. 벤처기업들이 여기저기서 끌어모은 오합지졸 출자사와 자회사들로 현금흐름이 악화되고 있다. 코스닥시장 등록과 지난 98년 벤처붐을 타고 끌어모은 공모자금을 제대로 된 투자전략도 마련하지 않은 채 여기저기 투자하면서 경영부실과 함께 자회사 정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부 벤처기업의 경우 신용금고 등 금융회사를 설립해 부실대출을 자행했고 대형 창투사를 만들어 수익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형 솔루션업체인 M사의 한 관계자는 "코스닥 등록 공모자금으로 5~6개 법인에 지분을 출자했는데 시장상황이 악화돼 제대로 값을 쳐주는 곳도 없어 자금회수가 어려운 상태"라며 "사업 연관효과도 없는 기업들에 무리하게 투자한 것이 잘못"이라고 토로했다. 강남 테헤란밸리에는 기업 매물과 함께 본사 건물을 팔아달라는 의뢰가 잇따르고 있다. 남들에게 화려하게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대규모 자금을 들여 건물을 사들였지만 지금은 관리유지도 힘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테헤란밸리를 떠나 다시 대학교 창업센터로 돌아가는 기업들도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비가 올 때를 생각하지 않고 방만하게 돈을 쓴 것이 이 같은 결과를 낳았다. 오합지졸 자회사를 아무리 많이 거느려봤자 경쟁력 있는 업체와의 싸움에서는 질 수밖에 없고 내실 없고 겉만 번지르르한 건물로 치장해봤자 실속 없는 경영으론 오래 버티기가 쉽지 않다. 벤처기업들의 문어발식 사업확장을 탓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단일제품에서 품목을 다양화하고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기술개발 등 사업 시너지효과를 높일 수 있고 미래 성장성과 수익성이 있는지 따져보지도 않고 무리하게 지분출자를 하는 데 문제가 있다. 오합지졸 병사로 전쟁에서 이길 수 없듯이 오합지졸 출자사를 가지고는 경제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 모델을 마련해 CEO가 될성부른 관계사를 발굴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성장기업부 서정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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