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의 귀재라는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이 옥중에서도 로비를 시도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신한국당 대통령 경선 후보 4인을 포함한 중진 7명의 이름과 한 후보이름 옆에 「1억」 「갖고 있는 것좀 쓰라」고 지시한 내용들이 적힌 메모가 발견된 것이다.
한보그룹 재건을 위해 정계로비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만한 내용의 메모다. 그가 감옥에 간 후에도 밝혀지지 않은채 미스터리로 남아 있던 한보의혹에 덧붙인 또 하나의 의혹이다. 야당이 한보와 여권사이에 아직도 커넥션이 존재하고 있다고 주장, 정치권에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정씨의 옥중로비 의혹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고 하니 진상이 밝혀지겠지만 그의 과거 행적으로 미뤄 능히 그럴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수서사건 이후 이미 기업인으로서 생명이 끝났어야 할 그가 정경유착을 고리로 재기, 한보그룹을 키웠고 끝내는 정치와 경제를 뒤흔들어 놓은 한보사태를 일으켰다.
그동안 보여온 정경유착과 재기의 집념이 옥중이라고 해서 버려졌을 리 없고 과거처럼 유력한 여당 정치인에 로비를 시도했을 가능성을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이번에 당하면 못 일어난다」 「10월 사면」 「공장 넘겨주고 정치자금 받아서 대선 치른다고 의혹 제기한다.절대로 가만있지 않겠다」등 메모의 구석구석에 재기 집념과 어디엔가 섭섭함을 전하려는 흔적이 역력하다.
또 「전부 2심 최후진술에서 가름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폭탄선언을 암시하고 있다. 누구엔가에 협박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는 반사회적이고 방만한 기업경영인으로 낙인 찍혀 있다. 대표적인 정경유착 기업인으로 감옥에 갔다. 그럼에도 아직 할 말이 많은 것 같다. 한보 처리에 미진한 것이 있는듯 하다. 한보사건 의혹이 명쾌히 마무리 되지 않고 찜찜한 구석이 남아 있음을 의미한다.
한보부실대출 의혹은 깃털만 있고 몸통은 없이 결론 지워졌다. 국민들 가슴엔 여전히 시원스럽지 않은 의혹의 여운으로 남아 있다. 여기에 옥중 메모가 또 하나의 의혹으로 덧칠해진 것이다.
검찰이 이 메모의 전모를 철저히 조사해서 밝혀내야 한다. 그것만이 의혹의 증폭을 막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