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스피처의 칼날은 녹슬지 않는다’ ‘기업저격수ㆍ사정(司正)보안관’이란 명성답게 스피처(사진) 뉴욕주 검찰총장의 기업사정작업이 지칠 줄 모르고 있다. 월가의 투자은행과 뮤추얼펀드에 대해 대대적인 사정을 벌여온 그가 이번에는 제약회사에 메스를 가하기 시작했다. 스피처는 2일 어린이용 우울증 치료제의 부작용에 대한 연구결과를 은폐하려 한 혐의로 영국계 미국 제약회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을 기소함으로써 제약업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스피처는 이 회사의 항우울제인 '팍실(Paxil)'이 어린이들에게 자살심리를 유발할 수 있다는 위험을 회사가 발견하고도 이를 감추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해 10개 월가투자은행들에게 주가조작과 투자자오도혐의로 140억달러라는 엄청난 규모의 벌금형을 이끌어냈을 당시 시장에선 과연 ‘스피처’라는 탄식과 함께 그의 사정작업이 한풀 꺾일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후 스피처는 뮤추얼펀드의 잘못된 투자관행을 낱낱이 파헤치며 수많은 펀드들을 침몰시켰고, 자수성가의 신화를 기록하던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리차드 그라소마저 권좌에서 밀어내는 등 사정작업에 오히려 속도를 냈다. 그의 사정작업이 지속되면서 월가에서는 스피처가 ‘오버’하고 있다는 비난이 공공연히 흘러나오고 있다. 미 증권업협회(SIA)는 스피처의 개혁안은 현실을 무시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스피처는 이번 주 한 모임에서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시장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맞서 사정의 고삐를 늦출 수 없다는 의지를 굽힐 뜻이 없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