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민주노총, 환경변화 읽지 못하면 도태된다

㈜코오롱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는 최근 몇몇 단위노조의 움직임과 맞물려 노동계에 부는 새로운 노사문화 바람의 단초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코오롱 노조는 장기파업과 폭력투쟁에 이어 지난 3월에는 그룹총수 자택에 침입했을 정도로 강성이다. 그런 노조가 조합원투표에서 압도적 찬성으로 민주노총 탈퇴를 결정한 것이다. 민주노총이 조합원의 권익향상이란 노조 본연의 목적은 도외시한 채 정치와 이념을 위한 투쟁에 조합원을 내세웠으며 민주노총의 의지대로 끌려가면 회사와 노조가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을 조합원들이 공유하게 됐다는 것이 탈퇴 이유다. 코오롱에 앞서 민주노총을 탈퇴한 대림산업 노조는 아예 노조를 해산했다. 민주노총의 주력 노조인 현대차도 최근 노사상생을 표방하는 합리적이고 온건한 목소리가 점점 힘을 얻어가고 있다. 이들 노조의 움직임은 한마디로 민주노총의 활동방향이 틀렸으니 이제 변하라는 것이다. 일반 국민들의 시각도 싸늘하다. 민주노총의 족적을 보면 그런 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미군기지이전 및 이라크파병, 국가보안법폐지 등 노동자들의 권익과는 관련 없는 일에 나서 툭하면 총파업을 벌였다. 외국에서 열린 투자유치 설명회장에 나가 반대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투자가 늘어나면 일자리가 생겨 노동자들에게 이익이 된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노동자들의 밥그릇을 걷어차는 일을 서슴지 않은 것이다. 그러면서도 지도부는 내부 권력게임에 몰두했다. 민주노총이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는 사실 새로운 게 아니다. 최수호 전 위원장이 ‘선거때면 개만도 못한 짝짓기를 했다’, ‘책임 있는 교섭은 없고 형식적 파업만 남발한다’고 말한 데서 보듯 지도부내에서조차 통열한 반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단위노조의 잇단 탈퇴를 사측의 와해공작이라고 우기는 데서 보듯 민주노총은 아직도 이런 노동계 안팎의 물결변화를 읽지 못하고 있다.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개체나 조직은 도태되게 마련이다. 민주노총은 이제라도 달라진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 민주노총이 때를 놓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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