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앞뒤 바뀐 브리핑룸 통폐합

국정홍보처가 브리핑룸 통폐합 방안을 발표한 뒤 사회 각계의 비판이 잇따르고 청와대가 다시 맞받아치는 볼썽사나운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노무현 대통령의 비뚤어진 언론관도 문제지만 정부가 브리핑제를 내실화하고 정보공개법을 제대로 시행하는 일을 먼저 했어야 하는데 브리핑룸 통폐합 문제를 먼저 건드리는 우를 범한 데 있다. 언론인 출신인 최영재 한림대 교수는 “임기 말 언론개혁의 초점은 언론의 정치적 독립성에 맞춰야 한다”며 “소모적 대결을 가져온 기자실 통폐합을 포기하고 브리핑 내실화와 정보공개법 시행을 충실히 하는 것이 해답”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정보공개 수준은 한심한 경우가 많다. 정부는 북한이 지난 25일 오전 단거리 미사일 수발을 쏜 사건에 대해서도 일본 언론이 이날 오후5시30분께 관련 보도를 하고 국내 언론이 사실확인에 들어가자 합동참모본부에서 오후7시께 ‘정확한 내용을 확인 중이며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과거 북한이 동서해안에서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통상적인 훈련의 일환’이라는 간단한 보도자료만 내놓았다. 정확한 발사시점과 발사ㆍ낙하지점, 미사일의 종류ㆍ숫자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제공하지 않고 ‘별거 아니다’는 점만 강조한 것이다. 우리나라와 동북아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실도 일본 언론에서 보도하지 않으면 묻혀버릴 수 있다는 얘기다. 정치적 파장을 고려해서인지,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이날 오후 노 대통령이 참석한 이지스 구축함 진수식을 고려해서인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정부나 공무원들은 단순한 공개 대상 정보도 공개시한을 채워 통보하거나 연장통지 조항을 남발하는 경우가 많다. 공개정보도 입맛대로 가공한 것만 던져주는 경우가 적지않다. 정부기관이든 공무원이든 스스로 추진한 정책ㆍ사업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 이를 ‘홍보’해달라며 자발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길 기대하기는 힘들다. 민감한 사안일수록 취재시간 부족에 시달리는 기자들의 약점을 악용해 번개불에 콩 볶듯 기사를 쓸 수밖에 없게 보도자료를 내고 브리핑하는 사례도 적지않다. 정부는 정확한 사실을 국민에게 즉각 알릴 의무가 있다. 또 미국 등 선진국 수준으로 정보공개 범위를 넓히고 정부기관이나 공무원이 자의적으로 정보를 차단하거나 왜곡시키지 못하도록 정보공개제도 등을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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