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경제 올 하반기부터 회복"

■ 케네스 강 IMF 서울사무소장 인터뷰<br>금융시장등 경제 인프라 건설… 정부 거시정책 방향도 바람직<br>내수회복·기업투자 재개 낙관… 한국 재정정책 확대여력 충분

"한국경제 올 하반기부터 회복" ■ 케네스 강 IMF 서울사무소장 인터뷰금융시장등 경제 인프라 건설… 정부 거시정책 방향도 바람직내수회복·기업투자 재개 낙관… 한국 재정정책 확대여력 충분 • 케네스 강 소개·약력 “수출여건이 악화하고 있지만 내수가 조정기에 접어들었고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이 추진되기 때문에 올 하반기에 한국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국내외 경제연구기관들이 올해 한국경제를 비관적으로 볼 때 국제통화기금(IMF)은 상대적으로 낙관적 견해를 갖고 있다. 주한대표를 맡고 있는 케네스 강 서울사무소장도 같은 견해였다. 강 소장은 한국의 경기회복을 위해 재정여력이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촉구했으며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하를 지지했다. 서울 소공동 한국은행 내에 있는 IMF 사무소에서 강 소장을 만나보았다. -한국은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후 구조개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에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 요인은 무엇입니까. ▲한국에 또 다른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최근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한국경제의 기초여건은 건실합니다. 대기업들은 사상 최대 수익을 내고 있고 금융 시스템은 자본화돼 있으며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금융위기 이후 구조개혁이 상당한 진전을 보이면서 경제활동을 시장 중심으로 해나갈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습니다. 한국은 외부 위기에 노출될 가능성도 낮습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세계 4위로 외채규모를 넘어서고 있는 것도 외부 충격에 대한 위험도를 줄였습니다. -IMF가 한국이 올해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본 근거는 무엇입니까. ▲지금 한국경제는 지난 2001년과 2002년의 카드 버블과 붕괴 이후 조정기간을 거치고 있습니다. 소비가 미약한 상태이다 보니 기업들은 투자를 꺼리고 있습니다. 이는 모두 성장률을 깎아먹는 요인들입니다. 결과적으로 경제는 수출이라는 하나의 엔진에 의존해 굴러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세계경제가 다소 둔화됨에 따라 수출 증가도 완만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IMF는 올해 한국이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내수는 최근 2년 동안 취약했지만 2005년 한국은 3년째 조정기를 맞게 되면서 스스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것입니다. 가계는 다시 소비를 시작하고 기업들도 투자를 재개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다른 요인은 정부의 거시정책이 경제를 부양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4% 전망은 정부의 경기부양정책이 제때에 실행된다는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올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 정책들이 효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십니까. ▲관건은 경제회복이 강력하고 지속적이냐에 달려 있습니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경제가 다시 살아나기 위한 ‘불씨’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건설경기 활성화 대책을 포함, 노무현 정부의 경기부양책을 지지합니다. 아시아의 다른 나라와는 달리 한국은 재정정책을 확대할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공공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한국의 재정상태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입니다. 아시아의 평균은 65%,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은 78%에 달합니다. 한국은 경기를 살리기 위해 재정 확대에 나설 여력이 충분하며 머지않아 균형재정으로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중기적인 균형재정 회복은 급속도로 노령화하고 있는 한국의 향후 비용증가를 대비하기 위해 중요한 과제입니다. IMF는 또 최근 한국은행이 국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단행한 콜금리 인하를 지지합니다. 최근 유가상승에?불구, 근원물가상승률은 완만한 증가에 머물러 있고 임금상승률 역시 낮은 편입니다. 저금리는 다소나마 투자를 촉진시키고 많은 부채를 지고 있는 가계의 부채상환 부담을 줄여줄 것입니다. 기업들의 재정 건전성에도 도움이 됩니다. 금리가 낮으면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 등 고수익 자산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지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내수를 활성화하기 위한 거시경제정책은 구조개혁과 더불어 강력하고 지속 가능한 경기회복을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많은 외국인 투자가들이 한국 증시를 긍정적으로 보는 반면 한국인들은 국내 증시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한국인들이 국내 증시에 투자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는 투신시장의 불안정성 때문입니다. 대형 투신사 들 중 일부는 여전히 취약한 상태이고 금융시장에도 지속적인 부담이 돼오고 있습니다. 국내 투자자들의 자신감을 회복시키고 자본시장에서 투자를 활성화시키는 첫걸음은 신탁 부문의 구조조정이라고 봅니다. 지난해 정부는 현대투신ㆍ증권 매각 완료로 어느 정도 진전을 이뤄냈고 현재 정부 소유의 두 대형 투신사(한투ㆍ대투) 매각을 진행 중이다. 이 기관들을 효율적으로 구조조정할 수 있는 전략적인 투자자손에 넘겨 민영화시키는 것이 자산운용 산업을 발전시키고 투자자들의 신뢰감을 회복시키는 길입니다. 자산운용 부문의 경쟁력이 올라가면 현재 위험이 적은 은행 예금이나 부동산에 몰려 있는 돈이 다양한 자산에 투자될 수 있습니다. 이는 또한 아시아 금융허브라는 한국의 목표를 달성시키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국은 이른 시일 내에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국가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목표달성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합니까. ▲단기적인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부양책이 필요하지만 중기적으로 한국이 높은 성장률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구조개혁이 더 절실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가계부채 조정 문제와 중소기업 구조조정 가속화, 그리고 노동시장 유연화 확대가 시급합니다. 먼저 가계의 지출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가계의 부채조정이 필요합니다. 정부는 채무자와 채권자들이 스스로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민간에서의 틀을 만드는 데는 상당한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속도가 너무 느린 것이 문제입니다. 채무구조조정을 가속화시키는 한가지 방법은 ‘긍정적인 신용정보 시스템’을 발전시켜 채권자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주는 것입니다. 둘째, 중소기업 부문이 활성화돼야 합니다. 제조업 중소기업 중 5분의1 가량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기업은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은 어느 정도는 내수부진으로 인한 경기순환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뿌리깊은 구조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중소기업의 수익성은 98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대기업들의 수익성이 크게 향상된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중소기업 부문을 구조조정하기 위해서는 민간영역이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면서 중소기업에 자금을 댈 수 있는 새로운 틀을 만들어야 합니다. 한국은 시장 스스로 신용평가에 좀더 나설 수 있도록 공적보증제도를 서서히 축소시켜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중소기업들 역시 자금시장을 포함한 파이낸싱 영역에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대해 한국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시켜야 합니다.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들은 중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에 투자하는 비용을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한국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일은 한국기업과 외국기업 모두에 한국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드는 것입니다.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를 줄이는 동시에 취약 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합니다. 윤혜경 기자 light@sed.co.kr 입력시간 : 2005-01-10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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