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영화 리뷰] "웃음 보다는 감동을 기대하세요"

잔혹한 출근


유괴는 코미디에 적합한 소재인 듯 싶다. 몰래 이루어지는 범죄가 아니라 범인-인질-인질의 보호자-경찰 등 다양한 군상들이 상호 작용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유괴를 감행한 인물이 어설픈 초보 유괴범이란 설정은 오래 전부터 내려온 고전적 코미디 소재다. 관객들도 이미 이완 맥그리거의 '인질' 등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 익숙해져 있을 법하다. '잔혹한 출근'은 여기에 한가지를 더 첨가해 새로운 시도를 했다. 유괴를 한 어설픈 초보 범죄자의 딸이 실제 유괴를 당한다는 설정이다. 이른바 '이중유괴'. 처음 저지른 범죄로 가슴이 떨릴 법도 한데 사랑하는 딸이 유괴까지 당했다니 그야말로 미칠 일이다. 영화는 유괴당한 딸의 몸값을 구하기 위해 유괴를 성공시켜야만 하는 아버지의 좌충우돌 이야기를 담았다. 주인공은 위기에 빠진 가장 동철(김수로). 실직을 했고 주식투자로 돈도 다 날려 알거지상태다. 아내 몰래 사채에 손을 댔다가 사채업자들에게 이자독촉이나 당하는 신세. 동철은 악독한 사채업자의 협박에 못이겨 매번 돈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런데 같은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려 한날 한시에 이자를 갚는 사이로 인연을 맺은 만호(이선균)가 유괴를 제안한다. 충동적으로 아이를 유괴한 두 사람. 하지만 그들의 어설픈 첫번째 유괴는 100번이나 전화를 했음에도 협박전화를 받지 않는 아이의 부모로 인해 실패한다. 이에 동철과 만호는 제대로 된 조사를 하고 부잣집 딸 태희(고은아)를 유괴하지만 설상가상으로 그녀는 아버지도 포기한 문제 소녀다. 그런데 그렇게 동철이 좌충우돌하는 사이, 동철의 전화로 홀연히 한 통의 전화가 온다. "너의 딸을 유괴했다"고. 영화의 설정과 예고편을 통해 공개된 김수로의 연기를 보면 한바탕의 웃긴 소동극이 나올 듯 하다. 하지만 영화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달려간다. 영화에 부성애라는 요소가 삽입되면서 감동을 유도하는 드라마가 되는 것. 그런데 감독이 구사하는 감동코드가 꽤 그럴듯하다. 유괴라는 소재를 통해 우리 사회의 아버지의 힘든 현실이 구구절절이 드러나는 것. 후반의 반전도 영화적 설득력은 약해도 드라마의 힘을 높여 주는 데에 큰 구실을 한다. 적어도 이 영화에서 '감동'을 기대한 관객들은 얻을 것이 있다. 아쉬운 것은 이 영화에서 요절복통한 웃음을 기대했던 관객들일 것이다. 영화는 딸의 몸값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김수로의 원맨쇼를 통해 웃음을 유발하려 하지만, 그 웃음은 아이를 유괴당한 아버지라는 인물의 절박함에 눌려 잘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에 웃음을 제공하는 것은 극중 태희의 아버지를 연기한 오광록. 세상물정 모르는 갑부로 분한 그의 연기가 워낙 리얼해 피식피식 웃음이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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