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리빌딩 파이낸스 2014] "금융산업 기초도로가 갈라지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정보유출·횡령 등 잇단 비리 질타

대기업 해외서 한국금융 외면 … GM 본받아야

해외진출·고령화·기술금융이 시장 판도 바꿀 3가지 포인트


신제윤(사진) 금융위원장이 1억건에 달하는 카드사 정보 유출을 포함해 최근 잇달아 터진 금융권의 횡령·부당대출 등과 관련해 "금융산업의 기초도로가 마구 갈라지는 상황"이라며 현실을 통탄했다. '금융의 인프라(신뢰)'가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 위원장은 이어 "해외에서 삼성이나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들이 우리 금융회사를 외면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의 GM을 금융회사 해외진출의 롤모델로 제시했다.

신 위원장은 19일 서울경제신문이 우리금융 민영화와 금융권의 연이은 인수합병(M&A) 같은 구조조정 등 시장의 지각변동을 짚어보기 위해 마련한 '리빌딩파이낸스 2014(2부-금융의 판이 바뀐다)' 시리즈와 관련해 서울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금융은 신뢰와 네트워크 장사인데 요즘 기초부터 문제가 터진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신 위원장은 미래금융을 좌우할 세 가지 요소로 △해외진출 △고령화 △기술금융을 꼽았다.

그는 특히 해외진출에 대해 "간단하게 말해 해외에서 삼성전자 주거래 은행이 어디냐"며 "기업들은 우리나라 은행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대기업과 금융회사 간 연계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GM은 포드와 자동차 성능이나 값은 비슷했지만 할부금융 덕에 판매를 더 많이 할 수 있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현대자동차가 할부금융사를 통해 미국 시장에서 시너지를 내는 것도 한 사례다. 같은 줄기에서 당국은 한국투자공사(KIC)나 연기금·우체국보험 등과 국내 금융회사가 함께 해외에 진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고령화는 금융업계의 파이를 키울 수 있는 부분이다. 신 위원장은 "호주는 우리나라처럼 금융이 실물경제에서 차지하는 부가가치 비중이 7%대였는데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12%까지 올라갔다"며 "이미 비슷한 사례가 있는 만큼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기술금융도 마찬가지다. 신 위원장은 "기존의 단순한 자금중개에서 기술금융 등을 통해 새 영역을 개척하면 우리도 새 시장을 열 수 있다"고 밝혔다. 단기적으로는 금융사 간 짝짓기와 스마트금융 등이 국내 금융시장에 영향을 주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기술금융과 고령화, 해외진출 성공 여부가 국내 금융의 체질을 바꾸는 요소가 된다는 얘기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서울경제 기자와 만나 해외진출과 고령화, 기술금융이 3가지 요인이 금융시장의 판을 바꿀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를 잘 대비하는 금융사는 앞으로 치고 나갈 수 있지만 반대로 이를 소홀히하는 금융사들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과거 예대마진 위주의 영업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탓이다. 이미 국내 시장은 포화다.

신 위원장은 “국내 금융시장의 파이를 키울 수 있는 부분이 중요하다”며 “기존의 단순한 자금중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해외진출의 경우 자본시장 부분이 더 유리하다고 본다. 오랜 기간의 신뢰가 필요한 상업은행은 그래서 더 불리하다. 씨티만 해도 200년이 더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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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에서 생각하는 것은 자본시장 중에서도 자산운용 쪽이다. 투자은행(IB)은 어렵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한국판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에는 고개를 젓는다.

신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은행은 오랜 기간 쌓은 신뢰와 네트워크를 필요로 하지만 자본시장 쪽은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역량을 키울 수 있다”며 “지난 1988년에 설립된 블랙록이 4조달러를 운용하는 전세계 자산운용업계 1위사가 된 것처럼 우리도 자산운용 쪽에 금융전업가를 육성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머징 마켓 진출은 정부가 두 팔 걷고 돕기로 했다. 동남아 지역에 우리나라 금융사가 나가는 것은 현지 지역 특성상 국가적 지원이 필수다. 신 위원장은 이달 중 미얀마와 인도네시아 방문 일정이 잡혀있다. 미얀마는 금융시장 추가 개방을 앞두고 있는데 당국 차원에서 지원사격을 할 계획이다.

고령화도 국내 금융사들의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고령화 사회와 연금은 금융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것이라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노후생활 준비라는 것이 제때 월급처럼 연금을 받는 것이 기본인데 이것이 바로 금융이라는 것이다. 신 위원장은 “호주는 우리나라처럼 금융이 실물경제에서 차지하는 부가가치 비중이 7%대였는데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12%까지 올라갔다”고 강조했다.

기술금융도 파이를 키울 수 있다. 실제 주요 시중은행들과 2금융권사들은 기술평가에 대한 노하우가 사실상 없는 형편이다. 평가 인력도 없다.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이 갖고 있는 기술에 대한 가치를 평가하지 못하다보니 대출이나 투자는 꿈도 못 꾼다. 금융위는 이와 관련해 연내 기술금융 활성화를 위한 기술평가시스템 구축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당국은 또 자산이나 위험성향에 맞춰 상품을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의 틀을 바꿔나갈 방침이다. 불필요한 규제는 풀되,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는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대응이다.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나 동양의 기업어음(CP) 사건에서도 드러났듯 일반 고객에 높은 수익률의 상품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다. 즉 여유가 있고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이들과 일반 고객을 구분해야 한다는 얘기다.

신 위원장은 “투자 여력이 있는 사람은 사모펀드(PEF)를 통해 수익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되, 일반 대중이 무분별하게 들어가지 않도록 최소 투자금액은 안 낮추려고 한다”며 “코넥스도 같은 개념으로 접근할 것인데 앞으로는 규제를 쳐도 이런 식으로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요소 중의 하나인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해서는 “시장의 원하는 방향으로, 시장이 결정하는 대로 민영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역할은 “개인정보 보호와 신뢰, 네트워크 구축처럼 민간이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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