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애프터서비스(AS)보다는 Before Service(BS)가 더 자주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문제가 발생한 다음에 대처하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일찍 고객의 불만과 불편을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표본검사에서 전수검사로 전환하는 제조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 동안 자동화 라인이 확대되고 불량률이 낮아지면서 일일이 수작업에 의존해 불량품을 골라내던 전수검사는 일정 샘플만을 테스트하는 표본검사로 빠르게 대체됐다. 불량률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경제성과 생산성 면에서 전수검사의 효용성이 크게 떨어지기 마련.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수검사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은 남들과 비슷한 수준의 품질관리로는 생존이 위협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예전의 방식으로 회귀할 수는 없는 일. 결국 새로운 혁신을 통해 활로를 찾을 수밖에는 없다.
항온항습조 등 산업용 시험기기를 생산하는 대양이티에스는 최근 새로운 도약을 맞이하고 있다. 항온항습조는 전자제품이 극한의 온도와 습도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 지를 테스트하는 장비. 챔버 내부를 고온다습한 환경으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은 제품을 넣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테스트 시간도 길어 대표적인 표본검사 방식 가운데 하나다. 이 회사는 표본검사가 아닌 전수검사 라인을 연이어 수주하며 비약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비결은 바로 로봇과의 융합. 생산라인 내부에 항온항습 챔버를 연결하고 산업용 로봇이 자동으로 이송하는 방식이다. 해외에서는 일부 도입된 적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종 기술간의 결합으로 개발에 어려움을 겪던 분야. 해외 선진업체와의 기술제휴를 통해 이송 로봇에 대한 기술적 난제를 해결한 대양이티에스는 항온항습 챔버에 관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전수검사 라인을 빠르게 확산시켜 가고 있다.
세계 최초로 싱크로너스 방식의 타임스위치를 개발한 신성계전은 자체 개발한 전수검사 방식을 통해 소비자의 신뢰도를 높여가는 경우다. 타임스위치는 24시간 또는 1주일 단위로 예약된 시간에만 전원을 공급해 에너지를 절감시키는 장치. 다양한 산업현장에 적용되고 있으며 일반적인 스탭발진 방식과 달리 연속식의 무브먼트를 소형으로 모듈화 해 에너지효율을 높이고 저소음을 실현한 제품이다. 이 회사는 개별 제품이 아닌 수 백 여개의 제품을 동시에 테스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활용하고 있다. 뛰어난 기능과 철저한 품질관리에 힘입어 신성계전의 타임스위치는 중국산보다 몇 배 이상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마켓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안광석 서울경제비즈니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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