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슈 인사이드] 분교 부정적 시각·학벌사회가 장애물로… 전공별 특화 시급

정원 못채우는 송도글로벌캠퍼스 빛 좋은 개살구 되나<br>한국뉴욕주립대 막상 문여니 110명 정원 중 절반만 입학<br>유타대 등 국제대 줄대기 학생 유치 가시밭길 예고<br>주변 산업단지와 연계한 맞춤형 교육 등 전략적 접근을

지난달 19일 모집정원 110명 가운데 절반만 채운 채 개교한 한국뉴욕주립대 전경. 이 학교는 2014년까지 전체 정원을 1,60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어서 학생 유치에 빨간 불이 켜졌다. /사진제공=한국뉴욕주립대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글로벌대학캠퍼스에 있는 한국뉴욕주립대(SUNY Korea)가 지난 19일 55명의 학생이 입학한 가운데 개교했다. 뉴욕주립대의 65번째 캠퍼스인 한국뉴욕주립대는 기술경영학과와 컴퓨터과학과 등 2개과의 석ㆍ박사(대학원) 과정에 407명을 정원(편제정원)으로 잡았다. 이 중 올해 1학기에 2개과 각각 석사과정 50명과 박사과정 5명(석사 100명ㆍ박사 10명)을 뽑고 나머지는 순차적으로 충원한다는 계획이었다.

막상 개교를 하니 계획의 절반인 55명만 입학했다. 기술경영학과는 석사과정에 47명, 박사과정에 3명이 등록했다. 컴퓨터과학과는 50명 목표 정원 중 단 1명만이 석사과정에 등록했고, 박사과정은 4명뿐이다.


학교 관계자는 "지원자가 적었던 것은 아니며 본교에 맞춰 입학전형과 기준을 적용하다 보니 부적격자들이 많았다"며 "경쟁률은 석사 과정 1.8대 1이었고 박사과정은 4대 1이었다"고 해명했다.

학교측의 해명을 감안하더라도 문제는 심각하다. 본교 입학기준에 맞는 학생들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뜻이요 그렇다고 기준을 낮춘다면 개교를 한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의욕적으로 계획한 송도글로벌대학캠퍼스가 학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며 시작부터 흔들리고 있다. 이곳에는 뉴욕주립대를 비롯해 개교가 확정된 학교가 4곳이요 3곳은 개교가 추진되고 있다. 모두 개교할 경우 6,000~7,000명의 학생이 입학한다. 뉴욕주립대 상황을 볼 때 이후 학생 유치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개교한 뉴욕주립대는 내년 기술경영학과 학부생 100명을 모집한 뒤 2014년까지 전체 정원을 1,600명으로 확대한다. 개교 예정인 미국 조지메이슨대는 경영ㆍ경제ㆍ국제학 학부 과정 1,500명을 2013년에 모집하며, 미국 유타대는 자연대ㆍ사회과학대ㆍ교육대ㆍ인문대 등에 1,000명의 학부 및 대학원생을 같은 해 9월 뽑는다. 벨기에의 겐트대도 2014년 3월 개교를 목표로 바이오ㆍ환경ㆍ식품공학 등의 학부생 1,000명을 선발한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대와 미국 알프레드대와 일리노이대 등도 줄지어 송도에 들어설 전망이다.

국내 대학은 이미 포화상태로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곳들이 허다하다. 외국 대학은 국내 학생들이 외국에 가지 않고 국내에서 다닐 수 있다는 매력으로 충원을 자신했을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이 생각한 매력이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외국 대학을 지망하는 한 고 3학생은 "대학은 학연도 중요한데 외국대학 한국 캠퍼스 졸업장이 필요한지 의문"이라며 "초ㆍ중ㆍ고 국제학교라면 몰라도 외국대학 분교는 관심 없다"고 잘랐다. 한 학부모는 "아이가 공부를 잘하면 현지 대학에 보내지 굳이 송도에 보낼 필요는 없다"며 "본교를 버리고 한국에 올 교수가 얼마나 될지도 모르는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분교라는 부정적 인식과 고착화된 학벌사회, 그리고 검증되지 않은 커리큘럼과 학비 등이 이들 대학을 꺼리는 이유로 분석된다.

외국 상황은 어떨까. 해외대학 유치 사례로 많이 꼽히는 싱가포르에서도 본교가 호주에 있는 뉴사우스웨일스 대학(University of New South Wales Asia)이 절대적 학생수 부족으로 2007년 철수한 바 있다. 일본도 한 때 33개의 학교가 우후죽순식으로 들어섰다가 2000년대초 2개교만 남고 모두 폐교한 역사를 갖고 있다. 학생 수 부족을 극복하지 못했다.

거주인구의 90%가 외국인인 두바이를 제외하고 싱가포르와 일본 등 세계 각국의 해외 대학 유치 사례를 보면 자국학생 비율이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90% 정도 된다. 즉 아무리 많은 외국학생을 유치하더라도 국내 교육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정원을 채울 수 없다는 말이다. 한국뉴욕주립대의 경우 올해 첫 입학생 55명 중 외국인은 베트남과 인도 국적 각 1명과 미국국적 학생 2명 등 4명뿐이다.

결국 학생 유치를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글로벌대학캠퍼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변 산업단지와 연결되는 전공별 특화를 기본으로 학생들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산ㆍ학ㆍ연 연계를 고려해 장기적 관점에서 대학을 유치하고, 국내 교육 수요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특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성삼 건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일본에 국제 캠퍼스기 밀려왔다가 실패한 것은 뿌리깊은 학벌사회이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도 비슷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결책은 틈새 시장을 겨냥한 맞춤형 교육"이라며 "취업을 전제로 산ㆍ학ㆍ연 협력을 통해 국내대학이 커버하지 못하는 부분을 겨냥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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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제청 관계자는 "학교와 연구소 기업 관계자로 구성된 경제인연합체가 최근 출범해 산ㆍ학ㆍ연 연계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영은 美·英… 공대는 독일… 본교 교육과정·수업료와 동일

■싱가포르·두바이 성공비결은?

싱가포르와 두바이, 그리고 일본 등은 각국의 상황에 맞게 전공을 특화하는 방법으로 외국 대학들을 유치ㆍ운영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최근 내놓은'해외의 외국대학 유치 사례(2011)' 정책 연구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글로벌 스쿨하우스(Global Schoolhouse)'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많은 대학을 유치했다. 시카고대학과 뉴욕대 등 21개교가 들어서 있고, 이들 중 8개 대학은 본교의 교육과정과 수업료를 똑같이 적용하고 교수들도 직접 본교에서 파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나머지 대학은 따로 학교 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싱가포르 국립대학 등과의 '공동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는 경영학이 중심이다. 싱가포르 자체가 국제 비즈니스 중심지일 뿐 아니라 미국 MBA 과정에 대한 아시아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다.

두바이 대학단지인 '국제아카데믹 시티(Dubai International Academic City)'의 대학들은 철저하게 전공별ㆍ국가별 특화된 전략을 따랐다. 즉 경영은 미국ㆍ영국대학을, 공대는 독일대학을, 음대는 프랑스대학을 들이는 식이다. 미국의 미시간주립대(Michigan State University)와 벨기에의 EHSAL, 프랑스의 프랑스패션대학(French Fashion University Esmod) 등 30개 외국대학이 활발하게 교육활동을 펼치고 있다. 두바이는 인구의 절대다수가 외국인이라는 점을 감안, 다양한 고등교육 수요를 해소하기 위해 이 같은 방법으로 대학을 유치했다.

7개 대학을 유치한 카타르의 '교육도시(Education City)'는 단기간에 유수의 미국 대학을 유치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백화점식 대학타운 건설로 이들 대학들이 제공하는 프로그램간 조정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개발원은 분석했다.

일본의 경우 문부과학성으로부터 평가인정을 받은 학교를 기준으로 미국 템플대학 저팬(Temple University Japan)을 포함해 7개교가 들어서 있다. 러시아어학과를 운영하는 러시아극동대학이나 중국 약학 전문의 텐진 중국의약대학 등 모두 특정 전공으로 국내대학과 차별화를 기하고 있다.





권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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