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가 바로 북한식이라고 말한 적 없다."(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12일 19대 국회 첫 기획재정위원회는 대선을 겨냥한 경제민주화 논란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전개될 것인가를 미리 가늠해볼 수 있는 '예고편'이었다.
대한민국 경제의 큰 그림을 그리는 기재위에 유력 대권주자를 배치한 여야는 예산 편성권을 쥔 박 장관을 상대로 '경제민주화'의 당위성을 설파하며 기선 제압에 나섰다. 박 장관은 "경제민주화가 시대적 과제라는 점은 이견이 없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각론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예봉을 피해갔다.
이날 오전 국회 기재위는 19대 첫 전체회의를 열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대한 현안 보고를 받았다. 보고에 앞서 민주당은 최근의 경제민주화 논의와 관련해 '무역으로 먹고 살면서 북한식으로 우물 안 개구리처럼 할 수 없다'고 한 박 장관의 발언을 문제 삼고 나섰다.
민주당 간사인 김현미 의원은 "장관이 경제민주화 요구를 색깔론으로 몰고 간 데 대해 분명한 사과가 없으면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북한 경제가 민주화된 경제라고 생각하느냐"고 몰아붙였다.
박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경제민주화 각론을 실천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가 글로벌 스탠더드(국제 기준)와의 부합 문제며 무역으로 먹고 살면서 북한식으로 우물 안 개구리처럼 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라고 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약 30여분간의 설전 끝에 새누리당 간사 나성린 의원까지 나서 "북한식이라는 비유는 적절하지 않다"고 거들었고 박 장관이 "발언을 진중히 하라는 취지를 귀담고 수용하겠다. 오해를 산 부분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하고 나서야 진화가 됐다.
본 질의에 들어가서도 야당의원들의 공세가 두드러졌다. 대권 주자인 문재인 상임고문은 첫 상임위 질문에 나서며 "순환출자금지를 도입하려면 신규는 물론 기존에 이뤄진 순환출자도 일정 기간에 해소하도록 하고 그 기간이 지나면 의결권을 제한하도록 해야 실효성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장관의 견해는 어떠냐"고 물었다. 전날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신규에 한해 순환출자를 금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한 것을 겨냥한 질문이다.
박 장관은 "(기존의) 순환출자를 금지시켰을 때 서플라이네트워크체인(공급망)이 붕괴될 우려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며 "(순환출자금지시) 방사형이나 피라미드 구조 출자 등으로 법망을 피해가는 경우 등도 있어 균형 있고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답했다.
박 장관은 야당의 거듭된 공세에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총론에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그것을 구현하는 정책 수단은 고려할 게 많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정치권 논의 중) 일부 지나친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재벌세 규정 등에 대해서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도 했다.
최근 현안과 관련해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은 "오는 27일 예비입찰이 마감되는 우리금융 매각과 관련해 KB금융지주로의 인수합병설이 파다한데 은행의 균형 발전이나 공적자금 회수 등 여러 측면에서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장관은 "금융위원회 및 공적자금회수위원들에게 우려를 잘 전달하겠다"고 했다.
'인천국제공항 민영화'와 관련해서는 "19대 국회에서도 국민 여론이나 여야의 상황을 보면 (민영화 추진을 위한) 법 통과 가능성이 낮다"며 "매각 절차는 다음 정부의 몫"이라고 했다. 기재위에는 박 전 위원장, 문재인 고문, 김태호 새누리당 의원 등 대선 주자들과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 등 최근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인물들이 속해 있어 첫 회의부터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박 전 위원장은 '개인적인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