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서울 시내면세점 신청 마감] 대기업 3.5대1… 중기 14대1… 황금알 거위 잡기 '면세 大戰'

■신청업체 출사표 보니



한화 "63빌딩내 마련… 명동 관광객 서남권 분산"

신세계 "본점 유치땐 남대문시장 활성화 큰 도움"


현대百 "중기와 상생" 이랜드 "신촌에 신설 필요"

기존 사업자 롯데·신라·SK는 운영 노하우 강조


중소·중견기업은 11곳 중 5곳 동대문 입성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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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놓고 지난 수개월 동안 피 말리는 눈치작전을 벌여온 기업들이 1일 입찰 마감을 끝으로 공을 관세청으로 넘겼다. 표면적으로는 사업 제안서에 모든 것을 쏟아붓고 결과만을 기다리는 모양새지만 다음달 발표까지 업체마다 당위성과 우위성 등을 확보하고 홍보하기 위한 수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현대·SK·롯데·한화·신세계 등 내로라하는 재벌 간의 '면세 대첩'이다.

접수 마감과 함께 공식적인 경쟁에 들어갔다. 다음달 중 관세청은 대기업 2곳과 중소·중견기업 1곳의 최종 사업자를 발표한다.

이날 대기업 중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을 가장 먼저 찾은 업체는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였다. 황용득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대표는 직접 특허 신청서를 들고 세관을 방문해 사업권 획득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관계자는 "서울 여의도 63빌딩 내에 면세점을 마련해 명동 일대에 집중된 관광객을 서울 서남권으로 분산시키겠다는 게 한화갤러리아의 계획"이라며 "제주도 국제공항 면세점과 청담동 갤러리아 명품관 운영을 통해 쌓은 해외 관광객 대상 유통 노하우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와 함께 유통업계를 대표하지만 아직 서울 시내면세점이 없는 신세계와 현대백화점도 각각 핵심 점포를 전면에 내세우고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신세계는 그룹의 모태나 다름없는 회현동 소재 백화점 본점 명품관을 통째로 면세점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회현동에 면세점이 들어설 경우 100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에도 불구하고 침체된 남대문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현대백화점은 모두투어와 현대아산·서한사·엔타스듀티프리 등 다양한 중소·중견기업과 손잡고 면세점 시장 입성에 나섰다. 롯데·신세계·한화갤러리아 등 백화점업계 경쟁사들과 달리 면세점 업력이 전혀 없다는 점이 다소 약점으로 꼽히지만 대·중소기업 간 비즈니스 상생 협력 모델 구현과 면세점의 강남북 균형을 강조하며 무역센터점 유치를 자신하고 있다. 이랜드 역시 신규 사업자에게 추가 사업권이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중국 완다그룹, 듀프리 등과 공조해 홍대·신촌 지역 면세점 신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울 시내면세점 기존 사업자인 롯데면세점·신라면세점·SK네트웍스는 면세 사업자 선정에서 핵심 평가 요소인 '운영 노하우'를 강조하며 신규 사업권 확보에 나섰다. 롯데와 SK는 각각 동대문 피트인과 케레스타를 사업지로 확정하고 동대문 상권 부활의 최적 동반자를 자처했다. 또 신라는 현대산업개발과 손을 잡고 HDC신라면세점을 설립해 용산 면세점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HDC신라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점 입점 효과가 용산 전자상가 일대는 물론 용산역을 통해 강원·충청·전라 지역까지 경제적 파급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사업 제안서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추가 면세점 티켓이 대기업군에는 2장 할당된 데 비해 중소·중견기업군에는 1장밖에 주어지지 않지만 경쟁은 더 뜨겁다. 이날 오후까지 접수 사실을 공개한 중소·중견기업은 모두 11곳. 7~8곳이 신청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막판 참여가 잇따르면서 두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들 경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동대문 입성을 노리는 업체들이 많다는 점이다. 중원면세점이 롯데면세점과 함께 동대문 피트인에서 복합 면세타운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지역 중소 면세점 중 가장 매출이 많은 대구의 그랜드관광호텔은 동대문 헬로APM을 사업지로 정하고 도전장을 냈다. 또 제일평화시장 상인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상가 내 면세점 유치에 나섰고 패션협회 컨소시엄 역시 동대문 피트인에 중소기업 패션·액세서리·화장품 특화 면세점 설치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한류스타 배용준이 이끄는 연예기획사 키이스트가 주축인 서울면세점도 동대문 맥스타일을 발판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동대문 바깥 지역 중에서는 유진기업이 여의도 MBC 옛 사옥에 한류특화 면세점을, 하나투어가 인사동에 전통문화를 알릴 수 있는 면세점을 설치하겠다는 제안서를 냈고 인평과 세종호텔은 각각 양재동 하이브랜드와 명동 세종호텔에 신규 면세점 설치 의향을 밝혔다. 특히 파라다이스그룹이 면세 사업에 재도전해 눈길을 끌었다. 카지노·호텔·스파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파라다이스는 2009년 부산 면세점 사업권을 신세계에 매각했으나 이번 시내면세점을 통해 면세사업에 재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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