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장 간담회 이모저모] 李부총리 쏟아지는 주문사항에 은행장들 시종일관 ‘묵묵부답’

주문이 쏟아졌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5일 열린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에만 30분을 할애해가며 요구사항을 토해냈다. 이 부총리에 따르면 은행장이 해야 할 일은▲정부를 믿고 ▲실무자들이 뭐래도 행장은 따로 판단할 책임이 있으며 ▲만기가 한꺼번에 도래하는 주택만기대출을 적극적으로 연장해 주고 ▲신용불량자 문제도 직접 챙기며 ▲신불자의 중소기업 취직 알선까지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장들은 “이 부총리의 코드(Code)에 맞추려면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는 냉소적인 반응을 숨기지 않았다. ◇제1조건, 정부를 믿어라=가장 먼저 언급한 게 지난 97년 발생한 롱텀캐피탈(LTCM) 위기시 4대 투자은행의 적극적인 협조. 이 부총리는 LG카드도 같은 방식으로 처리했어야 하는데 판단이 미숙했고 주거래은행들이 제 역할을 못해 위기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은행장은 (판단을) 실무자에게 맡겨서는 안된다`는 말도 덧붙이며 적극적인 자세를 요구하기도 했다. ◇만기도래 대출, 연장해주라=이 부총리는 “3년 전 금융기관들이 주택담보대출을 경쟁적으로 확대해 만기가 올해 돌아온다”며 “주택시장이 경우에 따라 나빠질 수 있고 채무자들의 신용상태도 나빠졌기 때문에 올해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회수할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다행히 주택가격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과 일본처럼 담보가액이 떨어질 염려는 없지만 그래도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연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장의 기틀이 무너지면 정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신불자, `원칙 지키면서 양산은 막고…`=이 부총리는 신용불량자 문제와 관련 “은행들이 도덕적해이를 유발할 수 있는 면책(탕감)은 절대 안된다”면서도 “신불자 양산을 책임지고 막아달라”고 당부했다. 맡기면 해결책을 찾기 힘드니 어려워도 신용불량자문제 만큼은 직접 챙겨달라는 당부도 곁들였다. ◇신불자 취업도 알선하라=`일자리가 부족한 일부 중소기업에 청년층 신불자의 일자리를 연결 시켜 달라`는 게 부총리의 요청. 신용불량 등록제는 원래 신용이 좋지 않은 사람에 대해 은행간 정보거래를 하는 것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취직도 하지 못할 정도로 사회적으로 낙인 찍힌 신불자 구제에 적극 나서달라는 주문이다. ◇반응=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은행장들은 부총리의 발언과 주문에 공감하면서도 상업은행의 입장과 시장의 원리에 상반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고 평했다. 한 은행장은 `전임 경제팀은 판단을 못했지만 이제 제대로 할 테니 정부를 믿고 따라달라`는 식의 무거운 분위기였다 전했다. 신불자 문제와 관련해 다른 행장은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면서 묘수를 찾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되물었다. <조의준 기자 joyju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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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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