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 스케치/총리강 부총리 경제각료 인선 협의/“경제난 극복위해 팀웍 중요”○…고건 총리가 경제각료 인선문제를 강경식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 내정자와 공개적으로 협의해 눈길.
지난 4일 저녁 청와대에서 김영삼 대통령과 만나 개각 인선문제를 협의한 것으로 알려진 고총리는 5일 상오 10시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수여받은뒤 일반사회부처 각료들에 대한 제청권을 행사했다고.
하지만 경제부총리를 제외한 일부 경제팀에 대해서는 고총리가 강경제부총리 내정자와 협의를 거쳐 제청권을 행사하는 쪽으로 정리했다는 후문. 악화일로를 거듭하고 있는 경제난 극복을 위해서는 경제팀의 팀워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라는게 총리실측의 설명이다.
이에따라 고총리는 이날 상오 11시 정부종합청사 19층 대회의실에서 취임식을 가진뒤 9층 집무실에서 강부총리 내정자와 함께 50분가량 경제각료 인선와 향후 정책운영방향을 논의한후 청와대측에 의견을 제시했다는 후문.
총리실측은 이에 앞서 기자들에게 강부총리 내정자 방문사실을 공표했는데 이례적으로 공개적이고 힘이 실린 총리의 제청권 행사에 대해 관가에선 『김대통령이 임기말 권력누수 현상을 차단하기 위해 고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 고총리는 경제각료에 대한 제청권을 행사한뒤 김수한 국회의장, 윤대법원장, 김용준 헌법재판소장을 방문.
○…정해주 중소기업청장이 신임 장관으로 올 것으로 기대했던 통상산업부는 임창렬 장관 임명소식에 크게 실망하는 분위기.
특히 강만수 차관에 이어 신임 장관까지 재정경제원출신이 입성한데 대해 허탈해하면서 자성하는 모습.
통산부 직원들은 또 통산부사무관 출신으로 첫 장관이 된 안광구 전임 장관이 2개월여만에 의외의 사태로 인해 물러나게 된데 대해 몹시 애석해하는 표정.
통산부 직원들은 임장관의 임명에 따라 강차관이 재정경제원차관으로 영전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후임 차관에는 통산부출신이 임명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한덕수 특허청장등을 후임 차관으로 점치기도.
○…건설교통부는 이환균 국무총리 행정조정실장이 장관으로 임명되자 『의외다』며 매우 당혹해하는 분위기.
건교부 직원들은 『건교부 사상 처음으로 유상열 차관이 내부 승진되는 줄 알았는데 또다시 외부 인사를 맞게 됐다』며 실망하는 모습.
특히 그동안 사석에서 현 정부 최장수 차관인 유차관의 승진설을 노골적으로 거론하던 고위 관계자들은 『이해가 안되는 인사』라며 볼멘 소리를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직원들은 평소 공정위 업무를 잘 아는 전윤철 전 부위원장이 신임위원장으로 오는데 대해 일제히 환영하는 모습들.
공정위는 지난해 대대적인 법개정 작업을 끝내고 올해 전임 김인호 위원장이 경제수석으로 발탁된데다 평소 누구보다 공정거래위에 애착을 갖고 있던 전위원장이 오게돼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
또한 전위원장은 신임 김인호 경제수석과 서울법대 및 행시 4회 동기생이며 모두 시장경제 옹호론자라는 점에서 앞으로 공정거래업무를 해나가는데 서로 호흡이 잘 맞을 것으로 기대.
◎고 총리의 옛 상관… “어쩔수 없다”/서정화 내무 전격사표
유임이 예상되던 서정화 내무장관(64)이 5일 전격 교체되자 관가에서는 『내무부 전통상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수장이 또 바뀌게 됐다고 푸념. 서장관이 5일 전격적으로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유는 고건 총리(59)가 서울대와 내무부 후배이기 때문에 총리의 국정수행에 지장을 주지 않겠다는 것.
고총리가 지난 65년 내무부 기획계장이었을 당시 서장관은 행정과장으로 근무. 서열이 중시되는 내무부에서 이같은 관계는 계속 유지돼 73년 서장관이 기획관리실장일 때 고총리는 지방국장, 76년 서장관이 내무차관일 때 고총리는 전남지사를 지냈다.
◎재계 반응/“경제정책 경쟁력 강화에 맞춰야”
재계는 최근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개각과 함께 새 경제팀이 들어섬으로써 경제회생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새경제팀에 대해 『당면 핵심과제인 경제위기 타개에 총력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했다.
전경련은 논평을 통해 『새로 짜여지는 경제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국가경쟁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면서 잇단 사건으로 지나치게 침체된 경제·사회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을 주문했다.
대한상의는 현재의 경제난이 구조적인데서 비롯된 것임을 감안해 단기적 성과위주의 경제정책 보다는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새로운 변신과 경제적 도약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상의는 특히 새경제팀은 기존에 발표된 정책들을 차질없이 추진함으로써 정부와 정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데 힘써야 하며 현재 진행중인 금융개혁과 규제개혁은 보다 가속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총은 이번 개각은 현시국을 해결하고 문민정부 후반기를 마무리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표현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총은 특히 새내각은 노동법 개정에 있어 국제경쟁력 강화측면에서 잘 마무리되어 향후 노사관계 안정을 통한 경제회생의 발판이 마련될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경제난국의 근본원인인 고비용·저효율구조의 개선과 규제완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가 조속히 시행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무역협회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운데 중책을 맡게된 새내각은 기업을 둘러싼 각종 규제를 과감히 폐지하는 등 제반여건의 개선을 통해 무역수지 개선과 산업경쟁력 회복을 위해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민병호>
◎야권 반응/“특색없는 인사… 경제회생 힘써야”
○…국민회의 등 야권은 3·5 개각과 관련, 무색무취한 인사(국민회의), 실무형 내각(자민련), 경제부총리선임 적절(민주당) 등 각기 상반된 반응을 보여 눈길.
국민회의 정동영 대변인은 개각에 대해 성명을 내고 『무색무취한 특색없는 인사』라며 『국정위기를 적극 수습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의문시된다』고 언급.
정대변인은 그러나 『새 내각은 한보사태의 정치·행정적 진실과 사법적 책임을 가려냄으로써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고 긴축재정, 물가안정, 금융개혁 등으로 경제를 되살리는 2가지를 핵심정책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
자민련 안택수 대변인은 『오늘 단행된 개각은 실무형 내각으로 승진입각 장관이 많은 것이 특징』이라며 『다소 약체 내각이라는 평도 있으나 김영삼 대통령의 임기말에 경제회생과 민생안정, 공정한 대통령 선거관리에 전심전력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논평.
한편 민주당 권오을 대변인은 이날 「내각의 탈정치화를 기대한다」는 논평을 통해 『전반적으로 우리 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이 시점에 강경식 경제부총리의 선임은 적절하다』면서 『강신임부총리는 그간의 행정력과 정치력을 바탕으로 평소의 지론인 규제철폐와 시장경제 창달을 통한 경쟁력 강화와 경제정의 실현에 배전의 노력을 다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언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