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 업계에 때아닌 사옥 이전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서울 도심의 대형 빌딩들이 잇따라 준공되고 있지만 경기침체로 공실률이 늘면서 매각에 어려움을 겪자 시공을 맡았던 건설사가 직접 세입자로 나서 입주해 입주율을 높이고 있는 것.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동성 확보를 위해 서울 용산구 동자동 '아스테리움 서울'의 오피스를 칸서스자산운용에 매각한 동부건설은 사옥을 대치동 동부금융센터에서 이 건물의 21~30층으로 옮기기로 했다. 적정 임차인 보장을 요구하는 매입자 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세일 앤 리스백(sale & lease back)' 방식으로 매각한 것이다.
GS건설도 종로에 신축한 'GS그랑서울'을 코크렙자산신탁의 코크렙청진18호에 매각하면서 1개 동에 대한 책임분양 조건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회사 측은 GS그랑서울 B동 전체에 기존 GS역전타워 및 역삼동 플랜트사업부 등이 20년간 입주하기로 결정했다.
종로구 청진동 건립 중인 'D타워' 역시 시공사인 대림산업 일부가 입주할 것으로 알려고 있다. 현재 광화문 트윈트리빌딩에 입주해 있는 플랜트사업부의 의무 임차기간이 내년 10월로 종료되면 재계약 없이 D타워에 입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트윈트리타워 건물주인 이지스자산운용과 빌딩 자산관리 서비스를 수주하면서 책임임차 계약을 맺은 현대엠코 역시 트윈트리타워로 사옥을 옮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건설사들의 신축빌딩 입주가 잇따르고 있는 것은 올 들어서만 종로ㆍ중구 일대에 '스테이트타워 광화문(4만991㎡)' 등 대형 빌딩 입주가 잇따른데다 앞으로도 '올레플렉스(5만1,119㎡)' '중구 N타워(5만1,377㎡)' 등 프라임급 신규빌딩이 꾸준히 공급될 예정이어서 임차인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민경조 THE바른 대표는 "빌딩이 공실로 남아 있을 경우 공사비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상당수 업체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임차인을 자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최근 빌딩관리 서비스에 나선 업체들조차 책임임차 계약을 맺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