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 생산라인 규격 선점하라"세계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업계가 5세대 생산라인의 규격을 놓고 표준전쟁에 돌입했다. 먼저 포문을 연 곳은 세계 2위업체인 LG필립스 LCD.
이 회사는 미국 오스틴에서 '디스플레이 서치' 주관으로 열린 '평단디스플레이(FPD) 컨퍼런스'에서 TFT-LCD 관련업체들에게 5세대 생산라인에 대한 규격 표준화를 처음으로 공식 제안했다고 22일 밝혔다.
구덕모 부사장(영업부문장)은 이날 LG가 채택하고 있는 1,000㎜ ×1,200㎜ 글라스를 표준으로 제시하고 "사실상 4세대 라인의 표준으로 볼 수 있는 680㎜ ×880㎜라인과 설비 호환이 가능해 비용 절감은 물론 패널의 가로ㆍ세로 비율을 다양하게 구현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구 부사장은 기조연설에서 "관련업체의 글라스 규격이 표준화되지 않아 TFT-LCD 생산ㆍ설비ㆍ부품업체 등이 모두 손실을 입고 있고, 수년간 상위 3~4위 업체만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5세대 라인의 규격표준화가 이뤄지면 50% 가까운 생산비의 절감효과를 보게 된다"고 강조했다.
구 부사장은 이날 반도체업계처럼 표준화기구인 가칭 'WLTS(World LCD Trade Statistics)'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샤프, 산요 등 LG필립스와 같은 4세대 규격을 운영중인 5개 업체는 동조할 것으로 보이지만 730㎜ ×920㎜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ㆍ히다치 등의 반발이 전망된다.
삼성 관계자는 "규격이 통일되면 생산비는 떨어지나 고객들의 다양한 요구를 맞출 수 없고 무엇보다 공급과잉 사태가 닥치면 업계가 공멸한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5세대 라인의 규격을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업계에서는 삼성이 내부적으로 1,100 ×1,250㎜ 규격을 검토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어느 한쪽의 표준이 시장에서 우세하면 장비업체는 이를 뒤따를 수밖에 없다"며 "이는 누가 더 우호세력을 많이 확보, '몸집'을 불리느냐가 표준경쟁을 좌우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80㎜ 880㎜ 4세대 라인을 채용한 6개 업체의 점유율은 39.7%로 730㎜ 920㎜ 업체의 30.3%보다 약간 앞서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1위 프리미엄'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 이 관계자는 "장비업체를 포함한 업체간의 전략과 제휴, 기술개발 등 총체적인 전략이 최종 승자를 좌우할 것"이라며 "분명한 점은 TFT-LCD 업체가 최근 가격 폭락과 맞불려 표준 경쟁이라는 '제로 섬'게임에 돌입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형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