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도자기 인니공장 한국세라믹 인도네시아/중기 세계로 간다

◎진출 2년만에 대통령궁 장악 「슈퍼 본」/“최상의 품질·최적의 가격” 세계 50개국서 애용/적절한 합작 파트너 선정·철저한 현지화/단기간에 뿌리내리기 성공/국내진출기업 최초 ISO인증 “기염”/수출실적 92년 개시후 가파른 상승세/인니 최대규모 백화점전시장 운영/“수출­내수 두마리토끼잡기” 나서열대의 나라인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서쪽으로 1시간쯤 차로 달려가면 한국기업들이 많이 몰려있는 땅그랑공업단지가 나온다. 지난 92년 황무지나 다름없었던 이곳에 진출한 한국도자기의 현지공장에 들어서면 울창하게 우거진 초록의 나무들과 야생의 꽃들에서 풍기는 꽃내음이 가장 먼저 방문객들을 환하게 반겨준다. 이곳이 바로 세계 초일류 도자기회사를 꿈꾸고 있는 한국도자기가 지구촌시대 개막을 기치로 내걸고 설립한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한국세라믹인도네시아의 생산공장이다. 한국도자기는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3백20여개의 한국기업중 처음으로 지난해 7월 ISO 9001인증을 획득했다. 더욱이 한국의 청주공장에 이어 도자기공장중 세계 2번째로, 그것도 불과 6개월만의 짧은 기간에 인증을 따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천성호사장은『우리 공장이 인도네시아를 방문하는 한국인들의 관광명소로 자리잡은지 오래』라면서 자랑스러워했다. 얼마전에는 국내 산업현장에서 남다른 기술력을 인정받아「명장」으로 뽑힌 사람들이 이곳을 다녀갔다고 한다. 실제로 공장 한편에 위치한 도자기 전시장에는 국내외의 장관급 인사, 정부관계자들, 기업관계자들이 공장을 방문하고 남겨놓은 기념사인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것은 무엇보다 한국도자기가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단기간에 현지에 뿌리를 내리고 가장 성공적인 결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4년 대통령 부인이 독립 49주년 기념식에서 이 회사의 제품을 높이 평가하고 대통령궁에서 한국도자기제품을 사용하는 것이나 까다롭기로 유명한 인도네시아의 가루다 항공사가 기내식기를 영국산에서 한국도자기의「슈퍼 본」으로 바꾼 것도 그 단적인 예다. 또 현지공장에는 인도네시아의 수하르토 대통령이 상공부장관과 함께 직접 땅그랑공장을 방문해 생산라인을 둘러본 사진도 걸려있다. 한국도자기의 성공은 무엇보다 지난 몇년간 숨가쁘게 달려온 이 회사의 짧은 이력이 입증해주고 있다. 91년 8월 제1공장 착공, 92년 7월 제1공장 가동, 93년 10월 제2공장 착공, 94년 9월 제2공장 생산 개시. 거의 1년간의 주기로 생산능력을 꾸준히 키워온 셈이다. 여기에다 95년 6월에는 전사지공장까지 완공해 일관된 현지생산체제를 갖추었다. 또 지난 93년 4백15만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린데 이어 ▲94년 8백만달러 ▲95년 1천7백50만달러의 수출실적을 기록, 해마다 가파른 성장세를 타고 있다. 한국도자기는 올해부터 인도네시아 내수시장 공략을 한층 강화하기 위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현지공장을 실질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이희락상무는『OEM(주문자상표생산)방식의 수출은 바람과 같은 것이라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막대한 잠재력을 갖고있는 내수시장 판매를 확대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나아가야할 길』이라고 밝혔다. 이를위해 지난해 11월말엔 자카르타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있는 소고백화점에 설치한 전시장을 두배나 늘려 30평으로 확장하고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갔다. 같은 백화점에 있는 영국의 로얄 덜튼보다 전시장이 4배나 큰 인도네시아 최대 규모다. 한국도자기가 확장 기념으로 실시한 세일기간중에는 멀리 벽지에서까지 현지인들이 대거 몰려드는 등 대성황을 이루어 회사관계자들조차 깜짝 놀라게 했다. 그 바람에 사장 부인까지 동원돼 일을 거들어야 했다. 판매액도 불과 하루만에 과거 한달치의 물량이 한꺼번에 팔릴 정도였다. 소고백화점의 전시장에서 일하는 종업원들도 연말연시 특수를 맞아 선물용 제품을 포장하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전시장의 부디·브타미양은『조용한 문양의 디자인이 현지인들로부터 인기가 높은 편』이라면서『가격수준이 적합한데다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는 점때문에 유명인사를 비롯해 단골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사실 한국도자기가 인도네시아 진출을 결심한 것도 인구 2억명에 이르는 풍부한 시장잠재력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그 어느나라보다 빈부 격차가 큰 탓에 소비층이 제한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지만 중장기적으로 볼때 경제성장에 힘입어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특히 도자기의 품질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요소인 양질의 천연가스를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크게 작용했다. 한국도자기가 단기간에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데는 적적한 현지파트너를 제대로 선택한 덕택이 크다. 지난 88년부터 현지에서 가동중이던 신발업체인「동조 인도네시아」를 합작파트너로 선정, 면밀한 시장조사를 거쳐 공장 설립에 나섰다. 여기서 동조가 갖고있던 투자경험이 고스란히 전수되면서 초기투자를 제외하고는 현지금융을 최대한 활용하고 숙련된 종업원을 고용해 기반을 잡을 수 있었다. 모두 1천만달러를 투자해 땅그랑공단에 부지 2만7천여평, 건평 3천5백여평 규모의 제1공장을 건립했다. 그리고 1년만에 늘어나는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추가로 제2공장을 세웠다. 현재 고용인력이 1천34명. 도자기 생산능력은 연간 1천2백만피스에 이르고 있다. 전사지도 연간 1천8백만도의 생산규모를 갖추고 있다. 또 컴퓨터로 자동조절이 가능한 최첨단 기자재를 사용하고 LNG유전과 직접 연결되는 지하 파이프라인을 설치했다. 92년 9월 처음 미국시장에 수출한 것을 필두로 지금까지 이태리, 스웨덴, 독일, 일본, 대만 등 50여개국을 대상으로 수출국가를 넓혀나갔다. 수출대상도 영국의 웨지우드, 미국의 미카사, 사사끼, 이태리의 크리스찬디올, 독일의 빌레로이 보흐 등 세계적으로 내노라하는 바이어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무역부의 차명훈대리는『작년엔 그랜드 하얏트 등 인도네사의 특급호텔을 새로 뚫었고 홍콩, 태국에까지 처음으로 제품을 선보였다. 10월에는 일본에 역수출되는 기쁨도 맛보았다』고 말했다. 한국도자기는 또 철저한 현지화에 역점을 두고 이를 직접 실천해 나갔다. 이상무는『우리는 단지 손님일 뿐이다. 어디까지나 주인은 인도네시아인일 수 밖에 없다. 남의 집에 왔으면 주인에게 무례를 범하지 말고 서로의 이익을 찾아나가는 것이 최선의 경영방식』이라고 강조했다. 현지인들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절대 금기사항이다. 이슬람교도의 금식기간인 라마단중에는 공장내에 마시는 물을 모두 치워버릴 정도다. 여기에다 2억원을 들여 식당을 차리고 의료시설도 운영하고 있다. 또 회사측은 숙련인력 조달을 위해 92년말부터 현지인을 대상으로 연수제도를 도입, 현재까지 절반수준인 4백50여명이 한국을 다녀갔다. 올해부터는 1년의 연수기간을 2년으로 늘릴 작정이다. 그래서 한국도자기는 항상 1백여명의 취업희망자가 대기하고 있을 정도로 현지인들로부터 인기가 높은 편이다. 천사장은『현지인들이 이제 자신의 것에 대한 인식을 갖기 시작했다. 특히 인종문제까지 겹쳐 보다 조심스러운 접근자세가 필요하다. 정부도 해마다 최저임금을 사실상 30%이상 올리고 있어 인건비만 노리는 경영방식은 더이상 지탱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생산하는 제품들은 한국도자기가 세계 처음으로 개발한 슈퍼스트롱에 골회(BONE ASH)를 10%정도 함유한 슈퍼본제품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슈퍼본은 일반 자기보다 3배이상 강도가 강하고 전자렌지 등에 넣어도 쉽게 깨지지 않아 수명이 3배이상 길고 특유의 섬유질로 인해 맑고 하얀 광택과 보온성을 자랑하고 있다. 올해엔 현재 생산량의 10%를 차지하고 있는 내수비율을 20%로 끌어올릴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를위해 자체 디자인실을 통해 현지 정서에 맞는 고유의 디자인을 개발하는 한편 대리점과 전시장을 크게 확충할 작정이다. 작년부터 인도네시아에는 세계의 내노라하는 도자기업체들이 잇따라 현지공장을 차리고 나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영국의 로얄 덜튼도 작년말부터 현지에서 생산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우리는 선견지명이 있었다. 지금 인도네시아에 진출하자면 과거보다 10배이상 투자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천사장은 밝혔다. 그래서 한국도자기측은 어떤 외국업체가 진출해도 아무 걱정이 없다. 자체의 독특한 디자인과 가격수준이야말로 아무도 쉽게 넘볼 수 없는 고유영역을 이미 확보해 놓았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이 누렸던 옛날의 도자기명성을 되찾기 위한 한국도자기의 세계화작업이 멀리 인도네시아에서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것이다.<자카르타=정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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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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