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투자평가에 필요한 기간


미국의 프로스포츠, 그 중에서도 메이저리그는 철저하게 상업적으로 운영된다. 그런 메이저리그도 일정 기간 손해를 감수할 때가 있다. 바로 팀이 '리빌딩'과정에 있을 때다. 임창용 선수가 뛰고 있는 시카고 컵스가 바로 이런 경우다. 대개 이런 팀들은 들어가는 돈은 많은데 성적이 신통치 않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팬들은 신이 나지는 않겠지만, 대부분은 구단의 이러한 입장을 이해하고 인내심을 갖고 기다린다. 언론도 지나치게 구단을 비판하기보다는 2~3년에 걸친 리빌딩 과정이 얼마나 잘되고 있는지에 주목한다.

최근 모 사모투자펀드가 시장에서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 투자한 업체의 상반기 실적이 적자 전환했기 때문이다. 이 사모투자펀드는 이로 인해 시장에서 좋지 못한 평가가 확산되면서 최근 모 연기금으로부터의 펀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사모투자펀드로부터 도움을 받을 정도의 회사라면 상황이 어땠을까. 보나마나 경영상의 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조직을 새로 짜고 새로운 영업 전략을 세우고 새로운 거래처를 뚫는 등 회사가 체질적으로 변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고작 6개월의 실적을 보고 이 사모투자펀드의 투자를 실패로 규정해도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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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과거 하나로텔레콤과 케이에스넷도 사모투자펀드의 도움을 받았던 초기 큰 어려움을 겪었으나 지금은 성공적인 사례로 남아 있다. M&A 초기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철저한 체질 개선을 했기 때문이다.

M&A 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사모펀드는 최소 3년 이상을 보고 투자를 한다"며 "사례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1년도 안 된 시점에서 투자의 성패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은 투자를 받은 기업 입장에서도 부담스럽다. 시장에서 이런 지적이 나올 때마다 압박을 받을 것이고 장기적인 회생 계획이 어긋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결과가 나올 것이고 그 결과는 성공일 수도 실패일 수도 있다. 최소한 그때까지만이라도 기다려보는 게 어떨까. 평가는 그때 가서 하더라도 늦지 않다. 투자적 관점이든 산업적 관점이든 기다릴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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