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한은 통화정책 금리위주 변경] 금융시장 일대 변혁 예고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의 26일 통화신용정책 기조 변경 발언은 통화운영차원에 국한되지 않을 전망이다. 통화운용은 물론 포괄적이고 제도적인 금융구조변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풀이된다.◇발언 내용= 「최근의 경제동향과 통화신용정책 방향」에 대해 준비된 원고 위주로 강연하던 全총재가 통화신용정책 변경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한 것은 강연 막바지 무렵. 全총재는 『자료에는 없는 내용을 4가지 정도 말씀드리겠다』며 운을 떼 참석자들을 긴장시켰다. 全총재의 발언 요지는 IMF이후 영미식 시장중심 경영체제로 변화하고 있어 통화신용정책도 양중심에서 금리중심으로 변화해야 한다 내외금리차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증권시장 동향에 따라 금리와 달러가 움직인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불변인 것은 저수익률에서 고수익률로 지체없이 움직인다는 것. 문제는 가격이지 양이 아니다. 통화신용정책도 마찬가지다 금융시장도 은행중심에서 시장중심으로 변해야 한다 등 4가지. 全총재는 이어 『물가가 양의 영향을 많이 받느냐 아니면 가격의 영향을 많이 받느냐를 파악해서 통화신용정책의 방향을 변화시킬 매우 중요한 변화기에 있다』고 결론내렸다. 강연후 全총재는 『지금도 통화신용정책이 사실상 금리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신용경색과 화폐유통속도 하락으로 통화가 늘어도 인플레 압력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어 체감할 수 없을 뿐이지 실제로는 통화량과 금리를 병행해서 사용하고 있었다』며 『앞으로는 금리위주의 정책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의미·파장= 한은이 금리위주의 정책을 펼치기로 한 것은 개방경제하에서 통화량중심의 정책이 더 이상 유용성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금리민감도가 높아져 금융상품간 자금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상태에서 가장 적합한 통화정책은 금리조절에 있다는 판단이 정책수단 변경 이유로 풀이된다. 한은이 금리중심의 통화정책을 펼칠 경우 금융시장과 금융권 구도 자체가 일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판단된다. 증시와 회사채시장 등 자본시장 운영능력이 취약한 기관은 생존하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그야말로 영미식 자본주의로 가는 셈이다. 특히 全총재가 한은총재이면서도 거시경제학자이자 DJ노믹스 이론가의 한사람이라는 점에서 한은의 정책수단 변경은 그 이상의 파급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최근 한은이 조직을 개편하면서 정책기획부내에 시장제도팀을 신설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 이 팀의 역할은 은행뿐 아니라 금융제도 전반의 규제 요소를 찾아내는 것. 규제를 철폐하고 기관중심의 금융구조가 시장중심으로 가는 첫 걸음이 금리위주 통화신용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는 금융시장 전체구도의 재구성을 의미한다. ◇선결과제=금리중심의 통화신용정책이 자리잡으려면 선진국 수준의 저물가와 장단기 금융상품시장의 발달이 전제되어야 한다. 또 IMF와 협의도 거쳐야 한다. 때문에 한은은 일단 올해까지는 연초에 설정한 M3운용목표 13~14%는 준수할 계획이다. 재경부 등 관련기관과의 의견조율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권홍우 기자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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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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