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수출이냐 물가냐… 정부 '환율 딜레마'

"물가안정에 우선 순위" 재정부, 원화 강세 용인 <br>산업 책임지는 지경부는 "순진한 발상… 개입해야" <br>"한가지 변수로 결정 안해" 韓銀은 특별한 입장 없어

'환율하락을 방치하자니 수출이 울고 방어하자니 물가가 울고' 원ㆍ달러 환율 1,050선 붕괴를 앞두고 정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서민경제에 주름살을 드리우는 물가상승을 막기 위해서는 환율하락을 용인해야 하지만 자칫 수출전선에 이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정부 내에서조차 '온도차'가 느껴진다. 외환정책을 1차적으로 책임지는 기획재정부는 최근 환율이 1,050원대로 떨어졌지만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시장에서는 외환당국이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은 하고 있지만 '구두 경고'가 없다는 점에서 원화강세를 어느 정도 용인하고 있다는 관측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도 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물가에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업전선을 책임지는 지식경제부의 태도는 다르다. 고환율론자인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환율로 물가를 잡겠다는 것은 순진무구한 발상"이라며 환개입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특별한 '입장'이라는 게 아예 없다. "어느 한 변수만 보고 '금리'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김중수 한은 총재의 틀에 박힌 멘트가 환율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한은의 경제모형에 따르면 원ㆍ달러 환율이 10% 하락할 경우 연간 경상수지는 53억달러가량 감소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8%포인트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다행인 점은 원ㆍ엔 환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초 1,400원대에서 출발한 100엔당 원화 환율은 한때 1,200원대까지 떨어졌지만 최근 1,350원대로 복귀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하락이 대세인 만큼 수출기업들이 저환율 시대에 대비해 내성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원ㆍ달러 환율이 1,000원 밑으로 떨어지면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이 급격하게 떨어질 수 있다"며 "정부의 환개입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외환 전문가들은 올해 말까지 원ㆍ달러 환율이 1,000~1,020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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