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법원, 실적압박 등 내몰려 자살… "업무상 재해 인정"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지급하라" 판결

카이스트 출신으로 1989년부터 LG의 통신·전자 계열사에서 일한 A씨의 회사 생활은 40대 초반까지 탄탄대로였다. 2010년 LG파워콤에서 LG유플러스로 자리를 옮기면서 동료들보다 4~5년 빨리 상무로 승진했다. 회사 내 '최연소 상무'였다. 유플러스 입사 동시에 IPTV(인터넷TV)부장을 맡았다. 2010~2011년 매출 실적은 목표치를 웃돌았다.

이상 징조가 나타나기 시작한 건 2012년 초. 같은 파워콤 출신의 직속 본부장 B씨가 해외로 발령되면서 LG텔레콤 출신인 B씨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B씨는 A씨를 배제하고 A씨의 부하직원들과 업무를 진행했다. 회사 내 '다수파'였던 텔레콤 출신 직원들의 견제도 심해졌다.

결정적인 사건은 2012년 4월 일어났다. 그 달에 A씨는 국내 IPTV 가입자 500만명 돌파를 기념해 정부로부터 동탄산업훈장을 받았다. 이를 두고 B씨는 회의 공개석상에서 "유플러스 대표이사가 상무 직급에 있는 사람이 대표에 앞서 훈장을 받는 것이 불쾌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업무도 잘 풀리지 않았다. 회사는 2012년 IPTV가입자를 200만명까지 늘릴 것을 지시했지만 그해 7월말까지 가입자 수는 95만명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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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골프 접대에 나서고 평일엔 13시간 가까이 일해도 상황은 호전되지 않았다. 매출 부진에 대한 책임이 전부 자신에게 쏠리는 듯했다.

A씨는 회사 안에서 눈에 띄게 말수가 줄었고 평소와 달리 동료 직원에게 "사는 것이 재미있느냐" 등의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결국 A씨는 그해 8월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숨을 거뒀다. 46세의 나이였다.

A씨 아내는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이유로 사망했으니 유족급여를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공단은 "망인이 겪었던 업무 부담과 압박은 대부분 직장인들이 겪는 것"이라며 지급을 거부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김병수 부장판사)는 지난달 21일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회사 안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겪었고 이는 자살로 이어졌음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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