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31일 국회 파국을 막기 위해 당 대표 간 긴급 접촉을 갖는 등 긴박한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여야 간 대타협을 위해 이날 오전 김형오 국회의장이 긴급 여야 9인 회담을 제안하자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곧바로 중재자 역할을 맡아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를 잇따라 방문했다. 이 총재는 양당 대표를 각각 만난 자리에서 양측이 한발씩 양보해 대승적 타협을 이룰 것을 간곡히 호소했다.
그러나 이 같은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회담 형식과 장소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해 공식 무산됐다.
이에 따라 전날 국회의장의 질서유지권이 발동된 국회에서 본회의장과 상임위원회를 점거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과 국회 경위 간 물리적 충돌 위기감이 고조됐다.
한나라당은 이날 긴급회담이 무산되자 곧바로 민생법안 85개에 대한 심사기간을 지정하고 직권상정 절차를 이날 중 마무리해달라는 내용의 요청서한을 김형오 의장에게 전달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한나라당의 쟁점법안 강행처리를 막기 위해 국회 본회의와 상임위원회에서 등산용 자일 등을 몸에 감고 '인간사슬'을 형성, 실력 저지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전날 여야 협상 결렬과 관련한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특히 의총에서는 상당수 의원들이 김형오 의장에 대한 비판을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데 의장이 의장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질서유지권을 발동하고도 곧바로 본회의장 점거를 푸는 조치를 내리지 못한 점도 지적하고 김 의장의 정치적 결단을 촉구했다.
한 발 더 나아가 한나라당 의원들이 직접 국회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까지 개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