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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의 후폭풍이 거세다. 시장 논리에 따라 결정돼야 할 카드 수수료를 법으로 정하겠다는 의도는 표심(票心)에 어두워 시장의 근간을 흔드는 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2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9일 국회 정무위에서 통과된 여전법 개정안은 정부가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정하도록 하는 규정을 담고 있다. '신용카드업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하의 영세 가맹점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정하는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정부가 제시하는 수수료율을 카드사들이 지키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영업정지나 허가등록 취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카드업계는 이에 대해 "개정안이 시장원리에 어긋날 뿐 아니라 위헌 소지마저 다분하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도 마찬가지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법으로 수수료율을 정하게 한 여전법 개정안은 수수료율 개편안과 상충할 우려가 있다"며 "카드수수료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는 법적 강제보다 행정지도를 통한 업계의 협조로 풀어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지난 10일 정무위에서 "모든 가맹점이 수용하는 수수료율을 금융위가 산출하라는 법은 사실상 집행하기 곤란하다"며 반박했다.
특히 수수료 획일화에 따른 이익 감소로 카드사들이 부실화하면 모든 책임이 정부와 국회로 돌아가 정치문제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엄연히 '사적 계약'의 결과인 수수료율을 정부가 획일적으로 정하도록 한 개정안을 당장 폐기하거나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순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가격을 정하거나 가격결정에 개입하려면 독과점 피해 예방이나 보조금 제공 등 공익적 배경이 있어야 하는데 카드 수수료율은 이런 배경이 없다"며 "시장경제의 본질을 정한 헌법에 위배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