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숨막히는 종반

제10보 (175~192)


고수도 실수를 한다. 어떤 때는 초심자들이나 범하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는 얄미울 정도로 완벽하게 닦아버린다. 치명적인 위험에 대해서는 본능적으로 반응한다. 승부의 미묘한 흐름에 대하여 한순간도 레이더가 쉬지 않는다. 백88로 지킨 이 수순. "역시 이세돌은 고수야." 사이버오로 해설실에 들어와 있던 윤기현9단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은 참고도1의 백1에 손이 쑥 나가게 되는 자리. 그런데 이세돌은 침착하게 자체보강부터 하고 있다. 고수의 본색이다. 만약 백1로 나가면 흑2 이하 10의 끝내기를 선수로 당하여 상당한 손해를 입게 된다. 흑89가 놓였을 때 검토실의 최규병9단 옆에 박영훈9단이 다가와 앉았다. 최규병이 반색을 하며 물었다. "잘 왔어. 형세 좀 봐줘." 이창호를 능가하는 신산으로 소문난 박영훈이다. 잠깐 형세를 살피더니 참고도2의 흑1 이하 17까지를 척척 놓아보이며 말했다. "세돌이형이 2집반쯤 지겠는데요." 실전은 요소인 92가 백의 권리가 되고 말았다. "두터운 자리야. 이것으로 백승 아닐까."(최규병) "아직은 반집승부 같아요. 흑이 잘 두면 아직도 흑승 같은데 잘 모르겠어요."(박영훈) 결과부터 말하자면 이 바둑은 이세돌의 불계승으로 끝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