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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러시아ㆍ유럽 등 우주강국에 이어 중국과 인도가 올해 외계 우주탐사 레이스에 본격 도전장을 던졌다. 중국은 지난해 실험용 우주정거장 톈궁 1호와 유인우주선 선저우 9호의 도킹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 달착륙선을 실은 달 탐사선 창허3호를 발사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나로호 발사에 성공한 후 본격적인 달 탐사 프로젝트에 뛰어든 상태다. 오는 2025년으로 예정됐던 달착륙선 발사 일정을 2020년으로 5년 앞당기는 등 우주개발 레이스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아리랑위성과 정지궤도위성인 천리안을 개발ㆍ운용한 경험을 토대로 축적한 기술력을 감안할 때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우주강국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역시 최종 목표는 외계 행성 탐사다. 태양계를 구성하는 화성ㆍ목성ㆍ토성 등의 행성과 이들의 위성들이 주 타깃이라 할 수 있다. 본격적인 외계 행성 탐사에 앞서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중간 기착지는 바로 달이다. 지구의 위성인 달은 외계 행성 탐사의 교두보이자 우주항공 기술력을 점검할 최적의 테스트베드이기 때문이다.
달 탐사를 위해서는 최소 1.5톤의 인공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릴 수 있는 우주발사체가 필요하다. 나로호의 경우 발사 가능한 탑재체 중량이 100㎏에 불과하다. 이외에도 궤도선과 착륙선 제작ㆍ운용기술, 발사체에서 방출된 탐사선을 달 궤도까지 보내는 기술, 지상 3만6,000㎞의 지구정지궤도(GSO)보다 10배 이상 먼 거리에 있는 달 궤도에서 운용할 원격통신기술 등 필수적으로 확보해야 할 기술이 하나둘이 아니다. 나로호의 발사 성공이 달 탐사로 가는 첫걸음이 된 것만큼은 분명하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너무나 멀고 험하다는 얘기다.
달 탐사에는 일단 새로운 우주발사체의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 현재까지는 나로호의 후속모델이자 1.5톤급 실용위성을 고도 700~800㎞의 저궤도에 올려놓는 것을 목표로 2018년 발사 예정인 '한국형 발사체(KSLV-Ⅱ)'가 그 역할을 담당하게 될 예정이다. KSLV-Ⅱ는 3단 로켓으로 설계될 예정이며 중량 200톤에 길이 45m, 직경 3.3m의 규모가 예상된다.
달 탐사를 위한 또 다른 양대 핵심요소는 달 궤도선과 달착륙선이다. 달 궤도선은 쉽게 말해 달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의 일종으로 달 표면 촬영, 지질구조 분석 등을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바로 이 궤도선이 수집한 데이터를 토대로 착륙선의 착륙지점과 세부 임무가 확정되는 것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국내 항공우주 전문가들은 적어도 착륙선과 궤도선의 개발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본다. 중형급 위성인 아리랑 1호ㆍ2호와 GSO인 통신해양기상위성 천리안을 개발ㆍ운용한 경험, 그리고 올해와 내년 중 발사될 아리랑 5호, 과학기술위성 3호, 다목적실용위성 3A호를 통해 쌓아질 기술력을 감안할 때 충분한 능력을 갖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승조 항공우주연구원장은 "아리랑 시리즈와 같은 중ㆍ저궤도 위성은 선진국 대비 약 80%, GSO 위성은 60% 정도의 기술 수준을 갖고 있다"며 "위성 분야는 앞으로 10년 이내에 선진국 대비 약 90%의 기술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달 탐사 프로젝트는 2020년 궤도선과 착륙선을 보내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항우연은 이를 목표로 기획연구에 착수했으며 올 하반기 예비타당성 조사에 통과하면 내년부터 관련예산을 확보해 달 궤도선과 착륙선의 개념설계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2020년 달 탐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현재 논의되는 바에 따르면 달 탐사 프로젝트의 마스터플랜은 크게 3단계로 구성된다. 1단계에서는 달 표면의 100㎞ 상공을 도는 궤도선을 보내 달의 정밀영상을 촬영함으로써 지형분석과 착륙지점 조사 등을 수행하게 된다. 이후 2단계는 달 표면에 터치다운할 착륙선을 보내 지질조사, 지진계 설치, 달의 열유량 등을 조사한다. 마지막 3단계는 착륙선 또는 탐사로버가 채집한 달의 암석이나 토양을 지구로 가져와 직접 연구ㆍ분석하는 것이다.
항우연은 1단계인 궤도선 개발에 약 1,800억원의 연구개발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KSLV-Ⅱ의 노즈 페어링 사양과 발사 성능을 고려해 궤도선과 착륙선의 중량은 550㎏ 안팎이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중 궤도선에는 고해상도 광학망원경, X선 분광계, 소형 영상 레이더(SAR) 등의 탐사장비가 탑재될 예정이다.
2단계인 착륙선의 경우 착륙선 자체의 개발에는 무리가 없지만 달 지면으로의 착륙기술 확보가 다소 까다로울 것으로 전망된다.
3단계는 달에서 재이륙하는 기술과 궤도선과의 도킹 기술, 지구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요구된다. 이는 1~2단계에 적용됐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고난도 기술이다.
그러나 주광혁 항우연 달탐사기반연구팀 박사는 "KSLV-Ⅱ 개발이 2017년까지 완료되고 내년부터 궤도선 및 착륙선의 개념설계가 본격화된다고 전제할 때 이르면 2018년 달 궤도선, 2020년 착륙선 독자 발사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주 박사팀은 2020년 달 탐사선 발사를 목표로 한국형 달 탐사선의 개념 설계와 핵심 기반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기본 설계에 따르면 궤도선은 높이 1.5m, 너비 1.6m 정도로 나로과학위성보다 약 50% 정도 크다. 착륙선의 경우 높이 1.35m, 너비 1m, 중량은 550㎏이며 연료는 효율이 높은 하이드라진을 채용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연구팀은 이미 지난해 12월 전남 고흥군 소재 항공센터에서 달 탐사선 지상모델의 성능시험에 성공한 바 있다.
특히 달 중력에 맞춰 무게를 6분의1로 축소한 탐사선 착륙용 다리를 개발하고 높은 곳에서 떨어뜨려 보는 충격흡수 실험도 수행했다. 이 다리는 지구상에서 중량 대비 강도가 가장 센 육각형 벌집 구조로 내부 골격을 제작, 탐사선이 받게 될 물리적 충격을 최소화했다.
현재 연구팀은 시뮬레이션 연구를 통해 개념 설계를 수정하면서 요소기술을 확보하는 한편 우주에 있는 탐사선을 지구에서 제어하는 원거리 제어기술 등 미진한 분야의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 박사는 "성공적 달 탐사선 개발을 위해서는 대용량 추력기 기술과 달 임무 설계 기술, 달 유도항법기술, 달 착륙 기술, 심우주 통신기술, 달 환경 모사ㆍ분석기술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지상모델 시험은 달 궤도선과 착륙선에 장착될 추진시스템의 추력 성능과 착륙제어성능을 확인함으로써 앞으로 한국형 달 탐사 계획의 초석을 놓았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달 궤도선은 70% 이상, 착륙선은 50% 정도 기존 기술의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덧붙였다.